“올해는 순이익이 두 배니 당연히 배당도 두 배입니다. 영업일수도 며칠 안 남았는데 우리 주식 안 사시겠습니까?”신용카드 업체로는 처음으로 증권거래소에 상장된 외환카드가 21일 거래 첫날부터 공모가(2만원)보다 57% 뛰어오른 3만1,400원으로 시작,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주식 투자자라면 김상철(金相喆ㆍ58) 사장의 세일즈에 귀가 솔깃하지 않을 수 없다. 외환카드의 올해 예상 순이익은 2,100억원.
1,100억원의 순이익에 주당 11.98%를 배당했던 작년에 비해 금년엔 모든 것이 두 배다.
납회(納會)까지 며칠 주식을 보유하면 시세차익은 물론, 높은 배당까지 받을 수 있다는데 얼마나 달콤한 유혹인가.
1967년 외환은행 공채 1기로 입사, 30여년 간 금융인으로 외길을 걸어온김 사장은 환란 직후 존폐의 기로에 놓였던 외환카드를 오늘의 우량 기업으로 탈바꿈시킨 주역이다.
외환은행 영업본부장을 거쳐 외환카드 최고경영자(CEO)로 발탁된 것이 99년 3월. 가계 대출의 부실화로 업체마다 누적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던 비상시기였다.
당시 외환카드의 연체채권비율(전체 여신 중결제일 이후에도 상환하지 못한 돈의 비율)은 업계 최고 수준인 22% 안팎. 김 사장은 취임 일성으로 ‘연체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외화내빈의 주술에서 벗어나자”며직원들을 독려, 신규 회원 확보 보다는 연체관리를 통한 ‘내실 다지기’에 총력을 기울였다. 연체기간이 오래된 악성채권은 미련없이 손실처리 했다.
그러면서도 고객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려고몰인정한 ‘빚 독촉’ 보다 ‘설득’으로 일관했다.
사장을 위시해 전 직원이 동원된 연체 줄이기 작전에 힘입어 외환카드의 연체율은 그 해 말 8%대까지 떨어졌다.
외형보다는 내실을 중시하는 경영전략은 유명한 ‘베스트 5 캠페인’으로 이어졌다.
경쟁업체들이 시장점유율이나 총고객수등의 외형지표에 연연해 하는 동안 김 사장은 ▦종업원 1인당 이익 ▦순자산대비 이익률(ROE) ▦1인당 매출 ▦연체비율▦고객밀착서비스 등 5개 부문에서 최고를 이룩하자며 직원들을 다독거렸다.
외환카드 전체 매출액중 현금서비스의 비중(50%)이 업계 평균(70%)에 비해 유달리 낮은 것에서도 김 사장의 경영철학을 읽을 수 있다.
그는 “선진외국에선 신용카드 사용의 80%가 물품구매(신용거래)인 데 비해 우리나라는 돈을 빌려 쓰는 현금서비스가 압도적으로 많다”며 “현금 사용을 줄이자고 만든 카드가 오히려 현금 융통의 수단으로 변질되고 있는 셈”이라고 꼬집는다.
“현금서비스는 카드업체에 당장 짭짤한 수익을 안겨줄지 모르지만 위험성이 큰데다 경제여건이 좋아지면 급격히 위축될 수 있으므로 일정 수준 이하로 제한하겠다”는 것이 그의 소신이다.
법학을 전공한 때문인지 스스로를 ‘철두철미한 완벽주의자’라고소개하는 김 사장은 외환카드를 ‘품격이 다른 카드’로 키워나가는 것이 꿈이다.
길거리 모집이나 공짜 연회비 따위의 ‘싸구려 마케팅’은 철저히 지양해 나가겠다는 방침이다.
김 사장은“가능하면 매달 기업설명회(IR)을 열어 주주들이 ‘어항속 금붕어’ 보듯 회사의 속사정을 훤히 들여다 볼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며“꾀부리지 않고 열심히 일하면 머지않아 ‘김상철 주가’라는 말도 생기지 않겠느냐”며 활짝 웃었다.
변형섭기자
hispeed@hk.co.kr
●김상철 사장은
약력▲1943 경남 산청 출생 ▲1961 부산고 졸업 ▲1965 서울대 법대 졸업
▲1967 한국외환은행 입행 ▲1984 서독 프랑크푸르트지점 차장 ▲1990 룩셈부르크 현지법인 은행장 ▲1998 강서본부장, 영업1본부장 ▲1999 외환카드 대표이사
취미ㆍ운동 = 외환은행 부산지점장 때 배운 요트 실력이 수준급. 골프는 핸디 15 수준이며스키와 수영도 즐긴다.
주량 = 분위기를 맞출 정도. 소주는 1병 미만. 폭탄주는 5잔.
가족관계 = 부인 이계옥(53)씨와 미국 스탠포드대 박사과정인 아들(27), 역시 미국 유학중인 딸(23).
■외환카드는
1988년 외환은행에서 분리되면서 주식회사로 본격 출범했다.
법인의 역사는 짧지만제품(카드)의 나이는 국내에서 가장 많다.
모기업인 외환은행은 1970년대 말 정부부처 장관이나 고위간부 등의 외국 출장용으로 비자카드를 발급했는데 이것이 국내 신용카드의 효시이자 오늘날 외환카드의 시조다.
99년 외환할부금융㈜을 흡수 합병한 데 이어 미국계 펀드 올림푸스 캐피탈로부터 외자를 유치, 자본금을 1,600억원으로 늘렸다.
현재 지분구성은 최대주주인 외환은행이 51.1%, 올림푸스캐피탈 42.9%, 우리사주조합 4.1%. 올림푸스캐피탈은 회계, 마케팅, 위험관리 분야의 경영진 4명을 파견, 공동경영을 하고 있다.
신용카드 시장의 폭발적 신장에 힘입어 지난 해 16조였던 매출액(취급액)이 올해엔 25조, 1,100억원이었던 당기순이익은 2,100억원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체 시장내 점유율은 약 5%. 전국 25개 지점이 있으며올 3ㆍ4분기 현재 601만명의 회원과 154만개의 가맹점을 확보하고 있다.
이 달 초 135.69대1의 높은 경쟁률로 공모를 실시했으며 21일부터 증권거래소 거래가 개시됐다.
유통물량은 1년 전 사원들이 취득한 우리사주까지 합쳐 약 620만주(14.8%).
애널리스트들은 “공모가(2만원)가 본질가치(4만1,962원)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기 때문에 상장후 빠르게 제 가치를 회복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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