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별세한 언론인 송건호씨21일 별세한 언론인 송건호(宋建鎬)씨는 올곧은 저항정신으로 한국 언론의 민주화운동을 이끌어 온 ‘우리시대 언론인의 사표’였다.
동아일보 해직기자 출신인 출판사 다섯수레의김태진(金泰振ㆍ62)사장은 “송선생은 75년 동아일보 편집국장직을 자신사임한 후 한양대 강사로 근근히 생활하시면서도 청와대의 입각 회유를 뿌리쳤다”고전하면서 “‘늘 진정한 언론인은 언론을 천직으로 알아야 한다’는 평소 말씀을 실천한 분이셨다”고 회고했다.
84년 민주언론운동협의회를 결성한고인은 이듬해 창간한 월간지 ‘말’을 통해 대우차 파업사태와 목동개발 문제 등 제도권 언론이 외면하는 노동자와 농민, 도시빈민들의 실상과 민주화운동을 집중 소개하며 한국언론민주화 운동의 대부가 되었다.
86년 ‘말’지의 ‘보도지침’ 폭로는 87년 6월항쟁의 불씨가 되었다.
88년부터 93년까지 한겨레 사장과 회장을 지내며 편집권 독립의 전통을 세우고 남북한 문제에 대해 냉전적인 사고틀의 보도를 벗어나게 하는데 크게 기여했다.
고인은 80년 5ㆍ17 김대중 내란음모사건에 연루돼 서대문 구치소에 수감, 군사재판에서 3년 6개월의 형을 선고받았으나 육군형무소에서 형집행정지로 석방되었다.
당시 정보기관에서 당한 고문의 후유증으로 그는 90년부터 파킨슨병을 앓아왔다. 97년부터는 폐렴 등 합병증으로 병석에서 일어나지 못하고 투병생활을 해왔다.
그는 미개척분야인 현대사 연구저술활동에서도 뚜렷한 발자취를 남겼다.
78년 신진학자들과 함께 저술한 ‘해방전후사의 인식’을 비롯해 ‘한국민족주의의 탐구’‘한국현대언론사’ ‘한국현대사론’‘서재필과 이승만’ ‘분단과 민족’‘김구’‘한국언론 바로보기 100년’ 등의 저서를 펴냈고 금관문화훈장, 한국언론학회언론상, 호암언론상, 심산상,정일형자유민주상 등을 받았다.
한편 고인의 빈소에는 한완상(韓完相) 부총리 겸 교육인적자원부 장관, 남궁 진(南宮鎭) 문화관광부 장관, 최종률(崔鐘律) 한국ABC협회 회장, 김학준(金學俊) 동아일보 사장, 김 근(金 槿) 연합뉴스 사장, 최학래(崔學來) 한겨레신문사장, 성유보(成裕普)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 이사장, 이이화(李離和) 전 역사문제연구소장, 권호경(權皓景) CBS 사장 등 언론계 및 각계 인사들이찾아와 고인의 뜻을 기리고 유족을 위로했다.
박은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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