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기록 없고… 與野 갈라먹고…21일 법인세 인하를 둘러싼 여야간 다툼으로 국회 본회의가 중단되는 바람에 예산안이 처리되지 못하는 소동이 빚어졌다. 처음부터 나눠먹기 등 논란이 끊이지 않았던 예산안 심의가 끝내 파행으로 얼룩진 것이다.
여야는 이미 법정시한(2일)을 훨씬 넘긴 데 이어 어렵사리 약속한 ‘21일 처리’도 지키지 못함으로써 비난을 면하기 힘들게 됐다. 이날 열린 예결위 전체회의에서도 “이게 예산 나눠 먹기지 무슨 심의냐”는 의원들의 개탄이 잇달았다.
여야는 나눠먹기의 구태를 되풀이했을 뿐만 아니라 계수조정소위도 대부분 비 공개했고 속기록도 제대로 남기지 않아 투명성 확보도 실패했다.
■투명성논란
여야는 지난해 투명성을 높인다며 예산안조정소위를 시민단체 및 언론에 공개키로 했었다. 가장 중요한 항목별 심의를 시작한 13일부터 회의 참관은 물론, 심의내용에 대한 브리핑도 하지 않았다.
여야는 특히 지난해 비공개 소위내용을 담은 속기록이 보도돼 담합의 치부가 드러나자 이번에는 13일 이후 소위 회의의 속기록을 아예 생략했다.
112조 규모의 국가예산 심의가 한 줄 기록도 없는 밀실회의로 진행된 것이다. 당초 “개별의원 차원이 아닌 당 정책차원의 심의가 되도록 소위에 여야 정책위의장이 참여한다”던 공언도 소위구성을 둘러싼 시비 끝에 흐지부지됐다.
■예산 나눠먹기
소위 위원들이 앞장선 지역구 예산 끼워넣기 등 고질적인 ‘나눠먹기’는 예결위 전체회의에서조차 집중 비난을 받았다. 민주당 박상희(朴相熙) 의원은 “예산심의가 소위에 참석한 의원들의 민원해결 장이냐. 정부 예산이 이런 식으로 갈라먹기가 돼서야 되겠느냐”며 “누더기 편성을 국민 앞에 고발한다”고 개탄했다.
한나라당 김부겸(金富謙) 의원도 “의원의 절박한 사정을 모르는 것은 아니나 SOC투자를 빙자해 지역구 예산을 끼워넣는 등 나쁜 관행은 단절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소위의 한 의원은 “밤샘까지 하며 고생한 대가로 지역구 예산을 좀 챙기는 것은 오랜 관행”이라며 “어차피 무슨 명목으로든 쓸 돈 아니냐”고 변명했다.
■막판 졸속과 파행
민주당 정세균(丁世均) 의원이 본회의에서 이틀 전 야당이 재경위에서 단독 통과시킨 법인세율 2%포인트 인하법안을 “대선을 의식한 재벌 눈치보기”라고 비난하면서 소동이 벌어졌다. 한나라당 의원들이 반발, 퇴장하는 바람에 밤 11시47분께 정회하면서 예산안 처리가 무산된 것이다.
이동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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