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승의 길 주역의 길' 김석진 지음, 한길사 발행“인기아취(人棄我取)라. 다른 사람이 버리는 것을 나는 취한다고 하였다. 다들 한문을 버리고 신학문을 공부하는 데 여념이 없지만 구식 공부라고 남들이 무시하는 한문을 너는 열심히 배우거라.” 국내 최고의 주역(周易) 대가로 꼽히는 대산(大山) 김석진(金碩鎭ㆍ73) 옹을 평생에 걸친 주역 공부의 길로 들어서게 한 것은 조부의 이 한 마디였다.
“국토는 쪼개지고 민족은 찢어져 좌익 아니면 우익, 빨갱이 아니면 흰갱이가 대립하던” 해방 직후 소학교 졸업이 학력의 전부였던 김옹은 이말을 듣고 야산(也山) 이달(李達ㆍ1889~1958)의 암자를 찾아간다.
이야산은 ‘이주역’으로 불릴 정도로 주역과 동양철학에 달통했던 인물.
‘스승의 길 주역의 길’은 김옹이 이야산과 함께 한 13년의 고락과, 자신의 평생에 걸친 주역 공부에 얽힌 이야기를 기록한 자서전적 글이다.
조금 배웠다는 생각에 스승의 명성에 감히 도전했을 때 스승이 보여주던 재치와 이치, 전쟁의 발발을 예지했던 스승과 그의 대처, 혼란한 시국에 쌀 있으면 밥 지어 소금찍어 먹고 쌀 떨어지면 솔잎을 썰어 물에 타 먹으며 정진했던 공부 등등 김옹이 펼쳐보이는 일화들은 ‘선생 발을 씻어드리는 제자(洗足之弟ㆍ세족지제)’로서의 스승에 대한 무한한 경외심의 기록이다.
참 스승이 없다는 시대에 진정한 스승의 모습이 스며있다.
책은 또한 주역이 가르쳐주는 자연과 인생의 이치를 자연스럽게 보여준다.
주역 하면 생각나는 운세가 아니라, 우주와 삶의 변화를 설명하는 최고의 동양철학으로서의 면모를지은이는 문자향(文字香) 그윽한 글로 전해주고 있다.
김옹은 “오늘날 우리가 지키고 버려야 할 것이 무엇인지 살펴본다면 그것이 바로 주역의 참뜻이아니겠는가”라고 말하고 있다.
/하종오기자 joh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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