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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러브 사커] 정확한 판단 나오는 평가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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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러브 사커] 정확한 판단 나오는 평가전을

입력
2001.12.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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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을 앞두고 한국대표팀과 가장 많은 평가전을 했던 팀이 러시아의 명문 모스크바 스파르타크이다.월드컵이 끝난 뒤 이회택 감독은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스파르타크는 우리 대표팀보다 실력이 월등했다. 재미있는 것은 스파르타크가 우리 요구대로 플레이를 했다는 사실이다. 정상적인 실력대로라면 우리가 졌다. 그러나 (비공식 연습경기서) 우리의 자신감을 좀 올려달라고 부탁을 하면 이에 맞는 경기를 해 주곤 했다.”

97년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을 앞두고 한국대표팀은 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전에 대비하기 위해 타지키스탄 대표팀을 초청해 평가전을 치렀다.

그러나 당시 내전 상황이었던 타지키스탄은 선수구성에 어려움을 겪었고 후반에는 선수 부족으로 뚱뚱한 코치가 경기에 나오는 웃지 못할 코미디(?)도 연출했다. 98년 월드컵본선을 한달여 앞두고 가진 중국과의 평가전에선 황선홍이 불의의 부상으로 정작 본선에서 벤치를 지켜야 했다.

월드컵을 앞두고 마련된 평가전들이 과연 제 기능을 했을까 생각하게 하는 일화들이다. 평가전이란 수능시험을 준비하는 학생들이 치르는 모의고사와 같은 것이다. 부족한 점과 개선점을 평가해 보는 예비시험이다.

그러나 90년 대회 때 스파르타크는 분명 우리에게 잘못된 자신감을 심어주었을 것이 분명하다. 또 97년 타지키스탄과의 평가전도 전략수립에 별 도움이 못됐다. 98년 월드컵 본선을 앞두고 가진 중국전 역시 세계의 강팀을 상대로 한 대비책 마련에 도움이 되기는 커녕 오히려 해가 됐다.

히딩크 사단이 출범한 이후 한국은 올 한해 15차례의 평가전을 가졌다. 그러나 일부 경기는 우리에게 잘못된 평가를 불러 일으킬 수 있다. 히딩크 감독은 본선 조추첨이 끝난 뒤 내년 2월의 칼스버그컵 출전을 취소하는 등 평가전 일정을 전면 재검토하고 있다. 이에 맞춰 축구협회는 유럽팀들과 새로운 평가전을 마련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우리 전력에 대한 정확한 진단과 평가가 나오지 않는 평가전이 된다면 결과는 뻔한 일이다. 평가전이 월드컵의 성패를 좌우하는 중요한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의미이다.

유승근 기자

us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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