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영공을 방어하는 주요 수단중 하나인 나이키 미사일이 ‘몹쓸 고철덩어리’라는 사실이 밝혀진 19일, 군 안팎에서는 짙은 불안감이 가득했다.특히 나이키 미사일중 8%만이 발사가능할 정도로 상황이 악화할 때 까지 군의 대응이 무기력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어 주목된다.
나이키 미사일은 1950년대에 미국 레이티온사가 개발한 장거리 고고도(高高度) 대공미사일로 65년 한반도에 첫 배치된 뒤 70년대 말 한국군에 넘겨져 무려 35년 이상 된 노후 기종이다. 이 미사일은 세계 각국에서 노후화로 90년대 초 거의 폐기 처분됐으며, 이를 운용중인 국가는 우리나라가 유일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나이키의 성능에 대한 문제점은 98년 12월 인천기지에서의 오발사고 후 군 안팎에서 줄곧 제기돼 왔다. 당시 인천기지에서는 발사시스템 회로 결함으로 오발, 파편에 6명이 부상하고 차량 110여대가 파손됐다. 또 99년 10월 충남 대천사격장에서 화력시범 도중 1발이 공중에서 자동 폭발하는 등 사고가 잇따랐다.
그러나 이번 조사 결과는 그 동안의 우려를 넘어 대공방어망 체계에 엄청난 구멍이 뚫려있다는 사실을 백일하에 드러낸 것으로 국민들의 불안감을 증폭시키고 있다.
군은 미국 9ㆍ11 테러사건 후 “고고도는 나이키가, 중고도는 호크미사일, 저고도는 천마미사일로 확고한 대공 방어체계를 수립하고 있다”고 밝혀왔다. 이번 조사 결과도 인천기지 사고 후 공군이 국방과학연구소(ADD)에 의뢰한 것으로 군은 철저히 함구해 왔다.
‘나이키는 고철덩어리’라는 사실이 새삼 밝혀지자 군 관계자는 “나이키를 대체하기 위해 2010년까지 2조2,836억원을 투입, 차기대공미사일(SAM-X) 48기를 도입하는 사업을 추진해왔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SAM-X사업은 당초 올해 중으로 레이티온사와 사업추진을 결정할 계획이었으나, 가격에 대한 이견으로 내년으로 연기돼 대공방어체계 정비사업은 예상보다 지연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조사 결과는 예상보다 너무 심각한 것”이라며 “군은 하루 빨리 나이키를 대체할 미사일이 도입되기 전까지 구멍 난 대공방어망체계의 보완책을 수립해야 할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권혁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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