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제작가협회(회장 유인택)와 영화인회의(이사장 이춘연)은 19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한국 영화 극장 부율 개선’을 위한 간담회를 가졌다.그간 외화에 비해 불이익을 받아온 한국 영화의 수익 배분률을 높여 달라는 것이다. 투자, 제작자들이 부율 문제를 공론화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간담회에는 시네마서비스, 청어람, KTB엔터테인먼트, 삼성벤처투자 등 배급투자사와 씨엔필름 유니코리아 등 제작사가 참여했다.
유인택회장은 “한국 영화 제작비가 평균 18억~20억 원으로 나날이 증가하고, 이에 따라 스태프의 처우 개선 요구 목소리도 커지고 있어 부율 조정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부금비율(약칭 부율ㆍ賦率)이란 입장 수익의 배분 비율로 예컨대 관람료가 7,000원일 경우 문예진흥기금(427원)을 제외한 6,573원의 순수입을 극장과 투자ㆍ제작사가 나누게 된다.
외화는 극장이 40%를 갖고, 배급사가 60%를 가져가는 데 반해, 한국 영화는 극장이 50%를 갖는다.
시네월드 이준익 대표는 “1980년대 후반부터 외화 프린트를 12개로 제한하면서 일종의 공급자 우위의 원칙에 따라 외화의 경우 혜택을 받아 왔다”면서 “이제는 프린트 제한이 없는 상태에서 옛 관행을 유지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밝혔다.
한국영화제작가협회 이광호 사무국장은 “올 서울에서 1,500만 명의 관객이 한국 영화를 본 것으로 추정된다. 부율을 외화 수준으로만 조정한다면 90억 원(1,500만X600원)의 수익이 한국 영화 투자, 제작사에 돌아왔을것”이라고 말했다.
이춘연 이사장은 “부율이 합리화되면 한국 영화의 손익분기점이 낮아지고, 제작사로서는 흥행 부담이 줄어든다. 장기적으로는 완성도 높은 영화가 지속적으로 생산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 이사장은 “이미 하드웨어(극장)가 소프트웨어(영화)를 주도하던 시대는 갔다”고 말했다.
그러나 “아직은 극장이 한국 영화를 상영하는 첫번째 이유가 수익성보다는 스크린쿼터”라는 한 참석자의 지적은 의미심장하다.
스크린쿼터 폐지 가능성이 날로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부금을 외화 수준으로 상향 조정할 경우 극장들이 한국영화 상영을 기피한다는 것이다.
또 저예산 영화나 작가영화의 경우 극장의 조기 종영 압력이 더욱 심해지는 부작용을 낳을 것이란 우려도 커지고 있다.
게다가 부율 조정은 극장에게는 직접적인수익 감소를 뜻하는 것이어서 서울극장연합회가 이 문제를 선뜻 받아들일지도 미지수.
서울극장연합회 관계자는 “아직 제작자들로부터 공식적인 요청이 없었으며, 따라서 회원사의 의견을 수렴할 단계는 아니다”고 말했다.
그러나 부율이 조정될 경우 최근 설비투자에 많은 돈을 들이고 있는 극장들은 관람료 인상을 통해 손실을 보전할 가능성이 커 결국 부담은 관객에게 전가될 것으로 보인다.
박은주기자 jup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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