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승현 게이트' 와 관련, 김은성(金銀星) 전 국정원 2차장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검찰수사에 영향력을 행사하려한 정황이 속속 드러나면서 김 전 차장의 외압 여부가 또다른 쟁점으로 부각되고 있다.김 전 차장이 지난해 9월 MCI코리아 부회장 진승현(陳承鉉ㆍ28ㆍ구속)씨에 대한검찰의 출국금지와 수배이후 대검 간부들을 방문, 구명활동을 펼쳤으며 부하직원을 동원해 수사검사를 압박했다는 사실은 본보 보도로 확인된 바 있다.
당시 김 전 차장은 안기부 입사동기이자 진씨의 로비스트로 영입된 MCI코리아 회장 김재환(金在桓ㆍ수배중)씨와 함께 대검 청사를 방문, 대검 중수부장과 대검차장을 잇따라 만났다.
김 전 차장은 이 자리에서 김씨가 자신의 딸과 진씨와의 혼담을 제의한 사실을 거론하며 진씨의 불구속 여부를 문의했다.
이에 대해 당시 중수부장은 “수사팀에 문의했더니 감이 좋지 않은 친구여서 김 전 차장의 요구를 거절했으며 이후김 전 차장과 관계가 소원해졌다”고 밝혔다.
이 간부는 이어 “내가 동석한 김씨를 의식, 지나치게 불편한 기색을 보이자 김 전 차장이 혼자 대검차장을 찾아갔는데 역시 거절당했다”고 덧붙였다.
또한 김 전 차장은 이보다 한달 앞서 서울지검에 출입하는 부하직원 K씨를 시켜 수사검사에게 진씨의 불구속을 요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수사팀 등 검찰 관계자들은 “당시 K씨와 수사검사는 저녁에 이어 술자리를 가졌으며 진씨의 수사문제로 말다툼이 벌어졌다”고 전했다.
수사검사는 “K씨가 ‘진씨 형이 마약투약으로 구속된 상태’라며 ‘형제 구속은 심하지 않느냐’고 물어와 ‘원칙적인 수사를 할 뿐’이라고 답했다”며 “K씨와 만난 다음날 바로 진씨의 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을 벌였다”고 밝혔다.
이처럼 김 전 차장이 진씨 불구속에 집착한 것을 두고 검찰 주변에서는 김 전 차장이 자신의 진 게이트 연루에 대한 탐문 성격도 겸하고 있었다고 전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김 전 차장의 진씨 사건에 지나치게 개입하는 것에 대해 검찰 고위간부가 ‘당신도 구속대상이 될 수 있으니 손을 떼라’고 말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검찰은 김 전 차장이 지난해 수사에 이어 이번 재수사에서도 검찰을 압박하고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진 리스트’ 보유설 등 확인되지 않은 의혹이 계속 제기되면서 검찰은 “수세에 몰린 특정세력이 수사를 방해하고 있다”고 김 전차장을 지칭했다.
검찰이 18일 신병악화로 돌연 입원한 김 전 차장에 대해 예정대로 소환을 강행키로 한 것도 김 전 차장에 의한 수사교란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이에 김 전 차장도 병실에서 “검찰의 소환에 응해 모든 것을밝히겠다”고 밝혀 양측간의 기싸움은 주말로 예정된 소환조사에서 정점을 이룰 것으로 예상된다.
손석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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