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오후 서울 서초구 반포동 국립중앙도서관 5층 디지털자료실.도서관이 이럴 수가 있을까 싶다. 고리타분한 냄새를 풍기며 서가에 근엄하게 늘어서 있어야 할 책들은 간 데 없고 어느 국제컨벤션센터에 들어온 것처럼 쾌적하다.
펜티엄Ⅳ급 최신 컴퓨터에 책걸상은 편안함에 세련미까지 더한다.
엘리베이터를 내려서면 자료실 입구 바로 앞에 좌석 예약용 컴퓨터가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좌석이 제한돼 있으므로 기다리거나 헛걸음 하지 않으려면 인터넷(www.nl.go.kr)으로 원하는 시간과 장소를 예약하고 오는 것이 좋다.
자료실 정문을 들어서면 바로 오른쪽에 소장자료 검색 컴퓨터가, 앞쪽에 이용안내데스크가 나타난다.
중앙에 원형으로 자리한 멀티미디어ㆍVTR 코너는 대형 화면이 특히 인상적이다.
국립중앙도서관이 이날 개관한 ‘디지털 자료실’은각종 멀티미디어 자료와 온라인 정보를 이용할 수 있는 온라인 도서관이다.
기존 전자도서실의 기능과 규모를 대폭 확장해21세기 선진국형 최첨단 공간으로 평가받고 있다.
5층 전체를 쓰는 자료실은 총면적 787평에 열람공간 422평, 좌석 291석규모. 일반 소극장보다 시설이 좋은 종합영상음향실(60석)을 비롯해 주문형 비디오(VOD)ㆍ오디오(AOD) 시스템을 갖춘 ‘멀티미디어코너’(20석), ‘원문ㆍ학술 DB 코너’(30석), 자료를 편집ㆍ출력할 수 있는 ‘자료편집 코너’(10석) 등을 갖추고 있다.
여기에 개인 노트북을 사용할 수 있는 ‘노트북 코너’(8석)와 ‘위성TV실’(24석), ‘LAB(어학실습)실’(20석)까지 들어서 있다.
자료열람 코너에서 원하는 자료를 신청하면 카세트 테이프, 음반, DVD, CD롬 등을 모두 이용할 수 있다.
자료를 대출한 다음에는 해당 자료를 열어볼 수 있는 장치나 및 설비가 있는 코너로 가서 틀어보면 된다.
도서관측은 또 매주 화ㆍ목요일 오후 1시 30분부터 영화 등을 상영하고, 월~금오전 10시와 오후 1시 30분부터 음악감상실도 운영한다.
특기할 만한 것은 원문ㆍ학술DB 코너. 도서관측은 이미 1,300만 쪽 분량에달하는 자료를 데이터베이스화해 놓았다.
국내외 잡지, 학회지, 한국학 자료 등과 1996년 이전에 발행된 주요 단행본의 원문이 들어 있다. 이코너는 검색용 컴퓨터에 프린터까지 붙어 있어 편리하다.
도서관측은 “내년까지 4,000만 쪽 분량의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면 그야말로 거의 모든 자료를 온라인으로 검색할 수 있다”고 밝혔다.
가장 눈에 띄는 점은 장애인에 대한 배려. 좌석의 10%를 장애인 전용으로 지정했으며 장애인용 컴퓨터 보조장비도 준비돼 있다.
도서관측은 “일본과 비교하면 공공도서관은 50년 정도 뒤져 있지만 디지털자료실만큼은 시설과 콘텐츠, 환경 면에서 앞서 있다”고 자부한다.
디지털자료실은 앞으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시립ㆍ구립 등 전국의 공공도서관을 첨단화하는 데 하나의 모델이 된다.
이와 함께 2008년 발족 예정인 국립디지털도서관 건립을 위한 첫 걸음인 셈이다.
이치주 중앙도서관 정보화담당관은 “디지털자료실이 확산되면 장애인을 포함한 정보 소외계층에 까지 정보의 접근을 쉽게 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철훈기자
c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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