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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연예계 四字成語로 돌아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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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연예계 四字成語로 돌아보니…

입력
2001.12.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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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하통일(天下統一)TV는 정난정이, 영화는 ‘조폭’이 뒤흔든 한 해였다.

시작은 미미했다. 그저 ‘용의 눈물’ ‘왕건’으로 이어지는 사극 열풍에 기대어 ‘여성 사극’ 하나쯤이 새로 나오는 것이라 여겼다.

그러나 아니었다. 강수연, 전인화 투 톱 체제의 ‘여인천하’(김재형 연출)는 2월 5일 첫 방송된 이후 최고 시청률 50.4%를 기록하며 사극 열풍을 이어갔다.

박진감 있는 전개에 끊임없이 제공되는 갈등구조는 월, 화요일 밤 여성 시청자들을 16세기 중종 시대로 끌고 갔다.

그러나 3월 31일 영화 ‘친구’(곽경택 감독)가 개봉하면서 다시 남자들이 기세를 올리기 시작했다.

조폭에 대한 엉뚱한 선망을 낳고, 모방살인 사건까지 낳았다는 비난이 끊이지 않았다. 이어 ‘신라의 달밤’ ‘조폭 마누라’ ‘달마야놀자’ 까지 모두 ‘조폭’이 주인공이었고, 이들 조폭을 보러 극장에 간 인파는 무려 2,100만여 명.

영화 속 조폭들은 이렇게 말할 것이다. “마이 묵었다.”

한편 정수기 물을 마시고, 인터넷으로 영어공부를 하며, 밤이면 드레스를 입고 멋진 외출을 하는 (물론 결제는 카드로!) 한 여자가 있었으니 배우 이영애.

‘산소 같은 여자’라는 CF 타이틀이 별명이 된 이영애는 무려 30억 원 이상으로 추정되는 광고 계약을 달성, CF 여왕으로 등극했다.

여기에 ‘봄날은 간다’(허진호 감독)에서의 호연으로 ‘배우’로서의 역량도 평가 받았다.

‘국민 그룹’이라는 다소 식상한표현으로 불리는 god는 올 한 해 유난히 힘들었다.

‘독수리 오형제’ 같던 이들의 의리가 박준형-한고은의 열애설과 박준형 퇴출 선언으로 이어지면서 그룹 해체설까지 나돌았던 것이다.

그러나 11월 발표한 4집 ‘길’은 불황 음반시장에서 한 달 간 143만 장의 판매를 기록하며 ‘god 불패 신화’를 입증했다.

올들어 중국과 동남아에 인 한류 열풍. 그 가운데에는 국내활동과 무관하게 안재욱 차인표 김남주 등이 있다.

■욱일승천(旭日昇天)

2월 KBS ‘개그 콘서트’의 ’수다맨’으로 시작된 강성범의 인기는 ‘연변 총각’과 최근의 ‘환장하겠네’에 이르기까지 삼연타석 홈런을 기록하면서 말 그대로 떠오르는 해의 기세다.

숨 쉴 틈 없는 몰아치기와 다음 대목을 기다리게 하는 허찌르기의 공존이 발군이다.

영화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와 ‘다찌마와 리’, 드라마 ‘화려한시절’ 그리고 파파이스를 비롯한 다수의 CF에서의 류승범.

설사 그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해도 그가 연기하는 캐릭터와 실제 그와의 기가 막힌 일치는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지난 해 데뷔한 왁스는 두번째 음반에서 ‘화장을 고치고’ ‘머니’ ‘사랑하고 싶어’의 잇단 히트로 1년 만에 가장 성공한 여가수의 반열에 올랐다.

음반 판매 41만장으로 10위에 든 유일한 여가수다.

‘소름’에서의 소름끼치는 연기로 평단의 찬사를 한 몸에 받은 장진영. 빅스타를 열망하는 영화계의 갈증을 풀어줄 인물로 대번에 올라섰다.

■대기만성(大器晩成)

서울에서만 관객 동원 22만 명. 흥행성적은 미미했으나 올 영화평론가상과 청룡영화제 남우주연상은 당연히 ‘파이란’의 강재 최민식의 몫이었다.

그는 오랫동안 ‘꾸숑’으로 기억됐고 ‘한국의 게리 올드만’일 뿐이었다. 오랜 기다림 끝에 그는 수식어가 필요 없는 ‘배우’가 됐다.

더 올라설 데도 없으련만, 그는 임권택 감독의‘취화선’으로 비상을 꿈꾼다.

베니스에 이어 베를린까지 국제영화제의 러브콜을 잇달아 받고 있는 김기덕 감독과 그의 페르소나 조재현.

1996년 ‘악어’에서 첫 만남을 가진 후 그들이 쌓아온 내공이 이제야 빛을 보았다. 김기덕 감독은 분출하는 창작욕을 주체하지 못하고 지난 2년 동안 ‘섬’ ‘실제상황’ ‘수취인불명’ ‘나쁜 남자’ 등 무려 4편을 만들어냈다.

드라마 ‘피아노’(SBS)의 한심한 삼류 깡패 조재현도 ‘명성황후’를 제압했다.

‘여고시절’(SBS)의 중견 탤런트 김지영의 화려한 비상도 더욱 놀랍다. 만년 조역에 그것도 한결같이 푼수 할머니였던 그가 로맨스를 즐기는 반란을 일으키는 데 성공했다.

■와신상담(臥薪嘗膽)

5월 ‘미안해요’를 타이틀로 한 7집을 발표한 김건모. TV 가요순위 프로그램의 공정성에 시비를 걸며 ‘음악캠프’(MBC) 출연을 거부하는 등 자존심을 건 싸움을 마다하지 않았다.

1999년에 낸 6집의 판매는 60여 만 장. 단일 앨범 최다 판매(280만 장ㆍ3집)를 기록한 김건모로서는 자존심이 상했을 법도 하다. 7집판매량은 130여 만 장.

‘용의 눈물’로 사극 붐을 일으켰으나 1999년 금품수수 혐의로 ‘태조왕건’에서 중도하차했던 김재형 PD는 ‘여인천하’로 또다시 정상에 올랐다.

‘월드스타’라는 수식어가 어색할 정도로 이렇다할 작품을 내놓지 못했던 강수연도 모처럼 이름값을 하고 있다.

영화사 신씨네 대표 신철은 2001년 최고의 문화코드 ‘엽기’를 영화에 과감히 끌어들였다.

‘조폭’의 범람 속에서 전지현, 차태현 두 신세대 스타로 중무장한 ‘엽기적인 그녀’는 500만 여 명을 동원했고 ‘로보트태권V’를 리메이크하는 프로젝트에 도전하고 있다.

■전화위복(轉禍爲福)

1년 전만 해도 트랜스젠더는 불온한(?) 단어였다.

하지만 이 단어의 불온함을 일시에 날려버리고 부와 인기를 끈 트랜스젠더가 바로 하리수다.

대중에게 처음으로 존재를 알린 광고 모델의 하리수는 예뻤다. 트랜스젠더라는 점과 빼어난 외모로 그녀는 영화 ‘노랑머리2’ 에 출연한 뒤 방송가로 진출했다.

그녀는 오락 프로그램, 라디오 진행자로 방송가에 안착한 뒤 가수, 모델로도 맹활약해 올한 해를 그녀의 해로 만드는 데 성공했다.

실연당해 오히려 인기를 끈 연예인이 작곡가 겸 방송인으로 활동하는 주영훈이다.

일부 언론에서 애인인 미스코리아 출신 손태영이 주영훈을 버리고 영화배우 신현준에게 갔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주영훈에 대한 동정표가 쏟아져 나왔다.

이를 바탕으로 KBS를 비롯한 방송 3사의 주요 오락 프로그램의 진행자로 종횡무진하고 있다.

5년 여 동안 부동의 인기 정상을 달렸던 H.O.T가 올들어 해체됐다. 멤버들은 대중에게 외면받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하지만 솔로로 독립한 강타는 ‘북극성’이라는 타이틀 앨범으로 예전의 인기를 회복했다.

■호사다마(好事多魔)

올들어 가장 바쁜 한 해를 보낸 연예인은 ‘네모공주’ 박경림이다. 자신의 약점을 강점으로 전환시켜 방송 3사를 누비며 인기를 끈 그녀는 끝내 혀를 잘못 놀려 큰 곤욕을 치르고 있다.

자신이 그토록 열망하던 화장품 광고 모델로 나선 회사에 대해 “내가 모델로 나와 망했다”는 말을 했다가 30억 원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당했다.

‘패러디 가수’ 라는 신조어를 만들며 음치들에게 희망을 주었던 이재수도 잘 나가다 서태지측에게 소송을 당해 이름은 알렸지만 실속은 차리지 못했다.

GM기획의 김광수 사장. 그는 조성모를 비롯해 이미연 이승연 이영자 등을 거느리고 최고의 종합기획사로 웅비하려 했다.

하지만 조성모도 떠나고 상반기에 최고의 상종가를 올리던 이미연은 하반기에 들어 맥을 못추고 있다.

올해 다시 컴백한 박진영은 ‘난 여자가 있는데’ 로 대중의 환호를 받았지만 가사의 선정성 시비가 일어 인기와 이미지에 타격을 입었다.

■유명무실(有名無實)

4월 KBS 드라마국은 기쁨에 들떠 있었다. 야심작 ‘명성황후’ 캐스팅에 이미연이라는 ‘월척’을 낚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명성황후’는 지지부진한 전개로 SBS ‘수호천사’ ‘피아노’에 밀리면서 시청률이 저조한 상태.

이미연이 주연을 맡은 영화 ‘흑수선’도 관객동원 200만 명 이하다. 이혼 후 편집앨범 ‘연가’ 표지 모델로 우뚝 선 후 이영애와 함께 영화ㆍCF계의 투 톱으로 꼽히던 이미연이지만 이름만큼의 실적은 ‘글쎄’다.

컴백 당시 ‘선주문 120만 장’으로 시장을 들썩하게 했던 조성모.

지난 해 판매량 400여 만 장을 기록한 ‘발라드 왕자’였지만 4집은100만 장에 못 미친다. 자작곡을 넣는 등 한껏 의욕을 보였지만 소속사 이전과 활동 부진으로 현재는 과거의 명성이 무색하다.

MBC ‘그 여자네 집’에서 똑똑한 새댁으로 연기에 물이 오르는가 싶었던 김남주. 화장품 모델로 중국어권 국가에서 한껏 주가를 높이기도 했다.

하지만 첫 영화 ‘아이 러브 유’의 시늉만 내는 연기로 다시 ‘공주과’로 돌아갔다는 혹평을 받았다.

제작비 80억 원, 중국현지 올 로케로 무시무시한 블록버스터가 되리라는 예상과는 달리 김성수 감독의 ‘무사’는 200만 관객을 동원하는 데 그쳤다.

■급전직하(急轉直下)

11월 공개적으로 은퇴를 선언한 심은하. ‘미술관 옆 동물원’ ‘8월의 크리스마스’와 CF의 청순하면서 고급스러운 이미지로 한국 최고의 배우로 자리매김했던 그는 벤처 사업가 정호영씨와 파경을 맞으면서 연예계은퇴까지 감행했다.

한때 그를 ‘모셔가려는’ 각계의 물밑 작업과함께 최고 대우로 컴백하리라는 추측이 있었으나 주저없이 떠났다.

매니저 안모씨를 폭행과 횡령 혐의로 고소한 이태란. 현재도 MBC ‘어쩌면 좋아’에 출연하고는 있지만 안씨와의 관계에 관련된 온갖 억측과 루머로 단아하고 고전적인 이미지가 하루 아침에 실추되면서 CF도 떨어져 나가는 등 큰 상처를 입었다.

3월 토니 안, 이재원, 장우혁 등 멤버 3명이 소속사 이적을 선언하면서 해체된 H.O.T 또한 급전직하의 대열에서 빠질 수 없다.

강타와 문희준을 비롯, 나머지 세 멤버들도 홀로서기에 나섰지만 90년대 후반부터 아이돌 댄스그룹의상징적인 존재였던 H.O.T의 빈자리에는 아직 못 미친다.

■풍비박산(風飛雹散)

굳이 ’예진 아씨’가 아니더라도 황수정은 가장 며느리로 삼고 싶은 연예인 단골 후보였다.

그런 그가 히로뽕을 먹고 구속되었으니. 배신감이들 만하다. 거기에 최음제 운운했다는 보도까지 나와 법의 심판과는 무관하게 연기자로서의 재기는 거의 불가능한 상태.

2집 발매를 불과 며칠 앞두고 대마초 흡입으로 구속된 싸이도 마찬가지다.

보석으로 석방되긴 했지만 올 초 ‘새’로 얻은 이름값을 음반으로 연결시키려던 그의 노력은 그야말로 ‘완전히 새 됐다’. 소속사가 추정하는 손해만 무려 30억 원.

살을 앞세워 인기를 얻었던 이영자는 피나는 노력을 했다며 놀랄 만큼 날씬한 모습으로 나타나 장안의 화제가 되었다.

하지만 돈 때문에 의가 상한 의사가 지방흡입술을 폭로하는 바람에 자의반 타의반 연예계를 떠났다.

결국 살이 문제였던 셈. 그야말로 부와 명예, 인기가 한 순간에 사방으로 날아 흩어진 세 사람이다.

/양은경기자 ke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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