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 정부’ 출범과 함께 정부내 핵심 포스트에는 일군(一群)의 경제학자 그룹이 포진했다.‘DJ노믹스’의 이론가였던 이들은 시장의 왜곡교정과 반(反)기득권적 경제정의를 지향하며, 정권 초기 구조개혁을 통한 한국경제의수술처방을 제시했다.
‘DJ노미스트’의 리더였던 김태동(金泰東ㆍ사진ㆍ성균관대 교수) 전 청와대 경제수석으로부터 4년의 개혁평가와 남은 1년의 과제를 들어봤다.
-임기 마지막해로 접어든 DJ노믹스에 대해 감회가 남다를 것 같은데요.
“우리의 경제지표는 다른 어떤 아시아 국가보다도좋습니다. 지표가 전부는 아니지만, 펀더맨털 개선없이 저절로 나아질 수는 없지요.
시장이 기업을 구분하는 힘도 생겼습니다.옥석(玉石) 판단능력이 생겼다는 것 자체가 시장이 작동한다는 뜻 아닙니까. DJ노믹스는 성공하고 있다고 봅니다.”
-국민적 개혁 피로감이 큽니다. 구조개혁에 문제점은 없었나요.
“개혁 피로는 구조조정을 너무 많이 해서가아니라, 말만 앞선 채 제대로 실행하지 못할 때 생기지요. 피로감 때문에 개혁을 이 쯤에서 그만두어야 한다는 것은반(反)개혁세력의 악용논리라고 봅니다.”
-공적자금 문제는 어떻습니까. 금융개혁의 실패란 시각도 있는데….
“감독당국이 공적자금 투입 금융기관의 자구노력을 제대로 점검하지 못했습니다.
공적자금관리위원회가 발족됐지만 해당부처의 견제와 간섭 때문에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어요. 공적자금을 제대로 회수하려면 주가가 어느정도 오르면 매각한다는 식의 가이드라인은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공적자금 회수율을 높이려면 은행주가가 올라야 하고, 은행주가를 올리려면 기업부터 확실히 정리해야 합니다.
하지만 상시퇴출 원칙이 작은 기업에만 국한되고 (대우계열사 같은) 대기업엔 제대로 적용되지 않고 있는 것 같습니다.”
-대마불사 신화가 깨지지 않았다는 얘기인가요.
“시장에선 깨졌지요. 하지만 공적자금이 들어간 은행과 관료들은 아직도 대마불사에 젖어 있는 것 같습니다.”
-결국 관료집단이 DJ노믹스의 장애물이란 뜻 같은데….
“관료 개개인은 우수하지만 시장경제에 맞는정책을 수립하고 추진하려는 의지와 자세는 부족합니다. 기존 관료체제로 시장경제를 운용하는 것은 ‘갓 쓰고 자동차를 모는 것’과다를 바 없습니다.”
-그렇다면 관료주의를 어떻게 풀어야 합니까.
“개방적 시장을 작동시키려면 인재도 개방적으로 등용해야지요. 자본이나 기술도 다양하게 도입해야 하는 것처럼 인재도 다양하게 충원해야 합니다.
이런 취지로 개방형임용제를 시작했지만 사실상 공무원들로 내정되고 있지 않습니까.
관료들은 공적자금 투입만 개혁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은데, 이런 다양성의 확보야말로 진정한 개혁이고 돈 안드는 개혁일 겁니다.”
-노동자들까지도 구조조정에 반대하는 것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노동시장 유연성을 높이는 구조개혁이 고용불안을 야기한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오히려 반대입니다.
미국 영국 네덜란드가 그런 경우지요. 노동시장 유연성 제고는 다음 정권에서도 계속 되어야 해요. 결코 정쟁의 대상이 될 수 없습니다.”
-내수부양에 신경을 쓰다보면 아무래도 구조조정은 힘들어지지 않을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환란 직후엔 과감한 적자재정을 편성하면서도 구조조정을 하지 않았습니까. 결코 상충관계가 아닙니다.
사실 금년초부터 보다확장적 재정정책을 써야 했지만, 관료들의 소극성과 야당의 공세 때문에 타이밍을 놓친 측면이 있어요. 보다 적극적인 재정ㆍ통화정책이 필요합니다.
-임기말에도 개혁이 가능하다고 믿습니까.
“물론입니다.명분만 뚜렷하면 누구도 반대하지 못할 겁니다. 마라톤에도 막판 스퍼트가 있지 않습니까.
어렵더라도 힘을 낸다면 정권 2년차, 3년차 때보다 더 알찬 개혁의 결실을 낼 수 있을 겁니다. 문제는 관료집단이 제대로 따라 줄 것인가에 있는데, 이것은 청와대의 리더십으로 풀어야 합니다.
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대원칙이 결코 관료주의나 소수 기득권세력의 요구에 흔들려서는 안될 것입니다.”
이성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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