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 조지 W 부시 행정부의 일방주의적 대외정책이 한반도 평화와 동아시아 공동체구축에 방해가 되고 있다는 지적이 국제학술대회에서 제기됐다.브루스 커밍스 미국 시카고대(역사학과) 석좌교수는 17일 개최된 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소(소장최장집) 주최 연례 국제학술회의에서 논문 ‘남북한과 동아시아 공동체’를 통해 “외교문외한인 부시 정권이 힘들게 쌓아놓은 동아시아의 평화기조를 망쳐버렸다”고 비판했다.
커밍스 교수는 이 때문에 “한국은 계속해서 동아시아 지역의 심각한 장애로 남게 됐으며, 가까운 장래에 진정한 동아시아 국가공동체가 형성될 가능성은 없다”고 전망했다.
그는 부시 정권의 가장 큰 실책의 하나로 북한을 포용하는 ‘햇볕정책’을 추진한 한국의 김대중 정권을 무시 내지 홀대한 것을 꼽았다.
햇볕정책을 ‘2차 대전 이후 지속된 미국의 일방적인 지배를 극복한 사례’이며 ‘동아시아 외교사에서 보기 힘든 외교적 성과’라고 평가한 커밍스 교수는 “그러나 올해 미국의 일종의 ‘포기의 외교’(diplomacy by dereliction)에 의해 이러한 성과들의 일부분이 사라지고, 거의 모든 성과들이 의심의 대상이 됐다”고 평가했다.
이와 함께 커밍스 교수는 “9ㆍ11 테러 참사 이후에도 부시의 외교정책은 일방주의로 요약되며 이는 동아시아에 더욱 나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부시 대통령에 대한 불신을 “부시처럼 대통령이되기 전에 해외여행을 딱 3번밖에 못해본 사람은 손가락 하나를 까딱거려서 중국을 새로운 적으로 만들거나, 지구온난화억제에 대한 교토(京都) 합의를 무시함으로써 가장 가까운 우방에 등을 돌리고, 한국이 몇 년에 걸쳐 이룩한 성공적인 외교를 망칠 수 있다”고 표현했다.
서동만 상지대 교양학부 교수는 ‘한반도 문제와 지역안보협력’이라는 발표에서 “부시 행정부의 등장으로 북ㆍ미 관계 정상화 여부가 불확실해지고 있으며, 미사일방어(MD) 체제 재추진은 북ㆍ미 관계뿐 아니라 중ㆍ미, 중ㆍ일 관계 등 지역 정세 전반에 새로운 교란요인으로 나타나기 시작했다”고 지적했다.
서 교수는 “미국은 남북이 2차 남북 정상회담을 통해 한반도 평화선언을 꾀하는 데 경계심을 보이기 시작했다”며 “북한에 대한 전력지원 문제도 노골적인 반대의사를 표시해왔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미국공화당 정부 내 이른 바 일본파 정책집단은 일본의 개헌 및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권고하며 미ㆍ일 동맹을 미ㆍ영 동맹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는 주장을하고 있다”며 “이는 앞으로 위험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오코노기 마사오(小此木政夫) 게이오대 교수는 ‘한반도 문제와 일본’이라는 주제발표를 통해 “빌 클린턴 대통령이 북한을 방문하고 엘 고어가 대통령으로 당선됐다면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서울 방문이 이루어질 수 있었을것”이라고 지적해 부시 정권의 등장으로 남북 화해 프로세스가 지장을 받았음을 시사했다.
‘동아시아 공동체-조건과 전망’이라는 주제로 열린 이 학술대회에는 하마시타 다케시(濱下武志), 시라이시 다케시(白石隆) 교토대교수, 장윈링 중국 사회과학원 아ㆍ태연구소장, 문정인 연세대 교수, 윤영관 서울대 교수 등이 참가했다.
김철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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