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에 추가부실 발생시 손실을 보전해주는 풋백옵션계약에 따라 제일은행에 1조8,000억원의 공적자금이 더 들어가야 할 것으로 나타났다.또 내년에도 보험 신용금고 등 제2금융기관의 구조조정에 1조7,000억~3조1,000억원이 더 들어가는 등 바닥을드러낸 공적자금의 소요금액이 누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재정경제부는 18일 공적자금을 투입하기위해 발행했던 예금보험기금채권 4조5,000억원의 만기연장(차환발행)동의안을 국회에 제출하면서 내년에 추가로 소요될 공적자음이 최대 4조9,000억원에 달한다고 밝혔다.풋백옵션 계약은 환란이후 부실금융기관을 외국에 매각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대표적인 정책실패 사례로 꼽히고 있으며, 현재 진행 중인 대한생명, 서울은행 등의 매각협상에도 악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제일은행에 대한 공적자금은 이미 부실자산 매입, 예금대지급 등에 총16조원이 투입됐으며, 내년도 추가투입분 1조8,000억원을 포함할 경우 총 17조8,000억원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이같은 규모는 환란이후 망가진 금융시스템을 복원하기위해 은행권에 넣은 공적자금(총 84조원)의 21%에 해당하는 엄청난 금액.
이중 풋백옵션 족쇄에 따라 제일은행에 쏟아부어야 할 공적자금은 전체 투입액의 30%인 5조,8000억원 가량에 달하고 있다.
이와 관련, 제일은행의 대주주인 미국의 뉴브릿지캐피털과 예금보험공사는 현재도 수천억원 규모의 부실채권의 자산가치를 둘러싸고 분쟁을 빚어 국제상사중재원의 중재절차가 진행 중이다.
풋백옵션 계약이 논란을 빚는 것은 환란 이후 정부가 국제통화기금(IMF)과 부실은행 1~2개를 외국에 매각한다는 합의에 따라 1999년 뉴브리지에 제일은행 지분 51%를 팔면서 매각후 2년(워크아웃채권은 3년)내에 발생하는 추가부실에 대해서는 사후적으로 손실을 보전키로 약속하면서 비롯됐다.
뉴브리지측은 경영권 인수후 지급불능, 부도, 파산, 법정관리에 들어간 부실기업들의 보유채권에 대해 풋백옵션을 전가의 보도처럼 행사, 국민의 혈세나 다름없는 공적자금이 밑빠진 독에 물붓기처럼 계속 투입되고 있는 것이다.
정부측은 이에대해 공적자금 소요금액을 줄이기위한 불가피한 조치였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공적자금관리위원회 김경호(金璟浩) 사무국장은 “제일은행을 파산시킬 경우 예금대지급에만 28조원을 투입해야 했다”면서 “당시로선 뉴브리지외에는 대안이 없었기 때문에 매각조건 협상의 여지가 좁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부 재정학자들은 제일은행의 풋백옵션 계약문제는 부실금융기관 민영화에 악영향을 미쳤다는 점에서 잘못된 정책판단에 대한 사후규명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전주성(全周成) 이화여대 교수는 “제일은행 매각사례의 경우 사후적으로 손실을 보상해주는 풋백옵션이 은행경영의 도덕적 해이를 초래했을 가능성이 있다”면서 “이는 대한생명 등 부실금융기관의 매각협상에서 정부의 선택폭을 좁게 만드는 나쁜 선례로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의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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