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배트맨과 로빈' 시리즈는 미국과 지구를 파괴하거나 지배하려는 악당을 물리치는 미국적 영웅 신화를 즐겨 창조하는 할리우드의 대표작이다.이 배트맨 시리즈의 특징은 영웅과 맞서는 악당이 단순히 극악 무도한 스테레오타입을 벗어나 소외되고 억압받는 인간 유형과 인류 공동체의 모순과 병폐를 상징하는 것이다.
그래서 그들의 왜곡된 야욕은 비록 공동선을 위해 응징하지만, 인물 자체는 연민과 동정의 여지를 남긴다.
조커와 펭귄맨, 캣우먼의 악역을 맡은 잭 니콜슨과 미셀 파이퍼 등은 인간적 매력마저 지닌다.
■이 배트맨의 상대 악역들은 본질적으로 가공할 악당이지만, 선을 구현하는 주인공보다 영민하고 화려하고 신비롭다.
대중적 스타성이 훨씬 탁월한 셈이다. 기성 질서를 전복하려는 악행때문에 참혹한 최후를 맞지만, 강렬한 이미지와 메시지를 남긴다.
이 것이 영웅 신화 시리즈를 떠받치는 초석이다. 이를 통해 드라큘라 시리즈 주인공처럼 되풀이 부활한다고 할 수 있다.
영원히 죽지 않고 결코 죽어서도 안 되는, 영웅 신화의 진짜 주인공인 것이다.
■미국이 뒤쫓는 테러리즘의 상징 오사마 빈 라덴은 이 영웅 신화의 악역을 닮았다.
이미지와 메시지도 그렇지만, 임박한 듯 비친 최후 또한 영화 속처럼 미스터리로 남을 공산이 크다. 미국이 정예 특수부대와 첨단 감시장비로 물샐 틈 없이 포위했다던 토라보라 협곡에서 자취도 없이 사라졌다면, 그는 이제 대 테러 전쟁속편에나 돌출하지 않을까 싶다.
지금 그가 잡히거나 사살된다면, 영화 아닌 현실의 드라마에 재출연할 수는 없는 것이다.
■이렇게 보면 며칠 전 미국이 공개한 빈 라덴의 인터뷰녹화 비디오는 시리즈 후속을 미리 알리는 예고편으로 볼만 하다.
진위 논란이 분분하지만, 누가 비디오를 만들었던 간에 관객은 저마다 원하는 것만 듣고 본다는 평가가 그럴 듯 하다.
미국쪽은 생포나 사살이 어려워진 빈 라덴의 죄상을 확인하고 적개심을 불태울 것이고, 이슬람권 민중은 당당하게 테러를 자랑한 것에 환호할 것이란 지적이다.
빈 라덴 신화는 갈수록 흥미진진하다.
강병태 논설위원
btk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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