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 카에다 대원들이 토라보라 지역에서패퇴한 16일 아프가니스탄을 전격 방문한 도널드 럼스펠드 미국 국방부 장관은 ‘승전’의 기쁨을 드러내지 않았다. 개전 이래 아프간을 방문한 미국의최고위 관리로서 승리의 화려한 수사를 쏟아낼 만도 했다.하지만 그가 되뇐 말은 “테러와의전쟁은 끝나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미 육군 제10산악 부대원들에 대한 연설에서, 아프간 과도정부 하미드 카르자이 수반과 모하마드 파힘 국방부장관을 만난 자리에서, 그는 “미국의 전쟁 목표가 완전히 달성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럼스펠드 장관의 방문은 C-17 수송기가수도 카불에서 20㎞ 떨어진 바그람 공군기지에 도착하기 불과 몇 시간 전 통보됐다. 그 만큼 안전이 우려되는 방문길이었다. 그는 이날 활주로를벗어나지 않았다. 퇴각한 탈레반이 설치한 지뢰가 아직 제거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위장막이 처진 한 건물에서 과도정부지도자를 만난 그는 “아직도 알 카에다와 탈레반이 이 나라의 산악, 도시, 동굴, 국경지대 곳곳에 숨어 있다 ”고 말했다. 앞서 럼스펠드 장관은미군 병사에게 “세계무역센터는 지금도 불타고 있다”며 “다행스런 것은 토라보라의 동굴도 불타고 있다는 것”이라고 말해 애국심을 자극했다.
그가 이처럼 말을 아낀 까닭은 탈레반과알 카에다가 너무 빨리 붕괴된, ‘예기치 않은’결과 때문이다. 미국은 앞으로 테러와의 전쟁을 어떻게 끌고 갈 것인가를 놓고 고민할 수밖에 없는상황이다. 럼스펠드 장관은 16일자에 보도된 워싱턴 포스트와의 회견에서 아프간 이후 차기 공격 목표를 묻는 질문에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아직발표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발표만 남았다는 얘기로 해석될 수 있는 대목이다.
그는 차기 목표가 이라크가 될 가능성이 있느냐는 물음에도 “이 문제에대해 다른 견해를 가진 사람도 있다”면서도 “본인은 부시 대통령에게 나의 생각을 전했다”고 말해 모종의 계획이 진행되고 있음을 시사했다.
김승일기자
ksi8101@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