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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알려야 할 것과 말아야 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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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알려야 할 것과 말아야 할 것

입력
2001.12.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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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철장안에서 태어났다(I was born behind the bar)”라는 문장은 미국의 어느 대학생이 명문 법과 대학원에 진학하기 위해 제출한 자기소개서의 제목이다.이 학생은 어머니가 음주 운전으로 인해 수감생활을 하던 중 태어났다. 불우한 환경에서 자란 만큼 학교성적이나 수능성적은 보잘것 없었다.

그러나 이학생은 명문 대학원에 당당히 합격되었다. 독자의 주의를 한 눈에 끄는 자기소개서의 첫 문장에서 법정에서 배심원을 사로잡을 학생의 잠재력을 보았기 때문이다.

올해도 어김없이 입시철이 다가 왔다. 올해는 특히 수능총점 석차미공개로 인해 예년보다 더욱 시끄럽다.

수험생의 부담과 사교육비를 늘리며 대학의 서열화를 촉진시키는 수능총점의 사용을 입시에서 지양하겠다는 교육부 충정은 십분 이해된다.

그러나 수능총점 석차 미공개가 소기의 성과를 가져올 수는 없다. 학생에게는 점수를 공개하되 대학의 수능총점 사용을 전면 금지시켰어야 했다.

전형에서 수능 총점대신 일부 영역점수만 활용하는 대학은 192개 대학 중 아직 48개대학에 불과하다.

수능 성적미공개는 학교나 계열마다 다른 평가기준으로 과거에 비해 입시에서의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 수험생과 입시 지도교사에게 불필요한 부담과 혼란을 가중시킬 뿐이다.

우리 주변을 보면 알릴 것과 알리지 말아야 할 것이 거꾸로 되어 있는경우가 많다. 입시에서의 투명성이 강조되다 보니 각 대학마다 입시 모집요강을 세세히 발표하고 있다.

수능, 내신, 논술, 면접등이 차지하는 비중뿐 아니라 동점자처리방법까지 명시하고 있다.

학생모집을 100% 대학 자율에 맡기는 외국의 경우 수험생에게 요구하는 서류를 통해 평가에 어떤 요소가 활용된다는 것을 알리는 정도이다.

객관성이 중요하지 않다기보다 평가의 유연성과 전문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예컨대 자기소개서의 비중을 5%로명시했다면 위에서 소개한 학생이 붙을 확률은 거의 없었을 것이다.

비슷한 맥락에서 신용평가기관들이 기업을 평가할 때수익성, 유동성, 안전성 등의 지표를 중시한다는 대체적인 방향은 제시하지만 가중치나 구체적인 평가 방법은 공표하지 않는다.

영업상의 기밀이기도 하지만 공표시의 부작용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이 대기업의 부채비율을 200% 이하로 제한하자 기업들이 갖가지 편법을 동원하여 숫자는 맞추었으나 오히려 기업간의 비교가능성만 저하시켰다.

이자보상배율이 3년연속 1미만이면 퇴출대상이라는 기준이 공표되자 이 비율이 1을 간신히 넘기는 기업의 수가 급증했다.

반대로 정보공개가 꼭 필요할때도 있다.

80년대 초 타이레놀 독극물 주입사건이 발생하여 미국이 발칵뒤집힌 적이 있다. 제조회사인 존슨앤존슨은 이 사실을 즉시 공표하고 독극물주입가능성이 있는 제품을 전국에서 신속히 회수하여 시민의 희생을 최소화하였다.

매출은 급락하였으나 오래지 않아 이 회사의 주가는 투자자의 신뢰에 힘입어 오히려 상승하였다.

우리나라에서도 이와 유사한 사건이 가끔 발생한다. 그래도 기업의 이미지와 매출 하락을 우려하는 언론과 정부당국의 배려 덕분에 회사의 이름이 좀처럼 공개되지 않는다.

물론 그런 사건은 회사의 책임은 아니다. 하지만 불특정 다수의 무고한 시민이 위험이 처했을 때는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여 피해를 최소화시킬 할 의무가 있다.

때아닌 이질의 창궐로 그렇지 않아도 썰렁한 연말이 더욱 뒤숭숭하다. 수능성적은 당사자에게 공개되고 이질균을 퍼뜨린 도시락 제조업체의 명칭은 공개되어야 한다.

그러나 대학의 선발기준이나 금융기관의 심사기준처럼 고도의 전문성을 요하는 부분에 대한 지나친정보공개는 득보다 실이 크다.

/ 전성빈ㆍ서강대 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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