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쪽에서 불어 온 엔ㆍ달러 환율 급등이라는 겨울 바람에 한국 증시가 꽁꽁 얼어붙었다. 미국 및 유로와 함께 세계 3대 경제축인 일본에서 17일 엔화 가치가 폭락함에따라 외국인이 대규모 매도세로 돌아섰기 때문이다. 지난 30여년동안 엔ㆍ달러 환율과 상호 대칭적인 모습을 보였던 우리 경제의 수출 동향과 종합주가지수의흐름을 볼 때 엔ㆍ달러 환율의 급등은 연말 뿐 아니라 내년 한국 증시의 최대 고민거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엔화약세에 지수 추락
17일 종합주가지수는 16.92포인트(2.54%) 떨어진 648.28로 마감됐다.코스닥 지수도 2.43포인트(3.29%) 하락한 71.51을 기록했다. 이날 시장이 급락한 것은 일본 시장에서 엔화 가치가 폭락하며 장중 한 때엔ㆍ달러 환율이 3년동안 최고치인 127.86엔까지 급등했기 때문. 이에 따라 닛케이 지수는 1.79%나 하락했고 우리 시장도 이러한 영향에 외국인이1,100억원이 넘는 주식을 순매도, 지수를 급락시켰다는 설명이다.
엔화 약세, 즉 엔ㆍ달러 환율의 상승이 한국 경제에 악재라는 것을 부정하는 전문가는찾아보기 힘들다. 주요 수출 품목에서 일본과 경쟁하고 있는 한국 경제에 엔화 약세는 곧 주요 수출품의 가격 경쟁력 하락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특히올해 한국 경제가 그나마 견실한 성장을 할 수 있었던 것이 조선이나 자동차 산업의 수출 호조 덕분인 점을 감안하면 엔ㆍ달러 환율의 급등은 예사롭지않은 징후라는 지적이다. 조선과 자동차는 엔화 약세의 영향이 가장 클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연쇄 평가절하 가능성
현대증권 이상재 경제조사팀장은 “그동안 엔화 약세를방지하려 했던 일본 정부가 오히려 엔화 약세를 부추기고 있다는 점과 일본 정부가 경기 침체를 벗어나기 위해 쓸 수 있는 수단이 사실 엔화 약세밖에 없다는 점 때문에 엔화 약세는 고착화할 가능성이 크다”며 “특히 일본에 이어 대만이나 싱가폴 등 아시아국가가 동반 평가절하에 나설 경우 미국시장 뿐 아니라 동남아 시장으로의 수출에도 큰 타격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실제로 1990년대 이후 엔ㆍ달러 환율과 종합주가지수는 중장기적으로 서로 반대로움직였다. 94~95년 엔ㆍ달러 환율이 100엔대 이하로 떨어졌을 때 수출은 활기를 띠었고 종합주가지수도 1,000포인트를 넘나 들었다. 그러나반대로 98년에는 엔ㆍ달러 환율이 140엔대까지 치솟자 종합주가지수가 300대까지 추락한 바 있다. 특히 수출 부분의 회복 기대감을 키우고 있던시점에 이러한 징후가 나타난 점에 증시 전문가들은 난감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내수관련주는 반사이익?
이에 따라 증권가는 엔화 약세가 내년 증시에 미칠 영향 분석과 엔화 약세기에대비한 포트폴리오 재구성에 나서는 등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일본과 수출 경쟁 관계에 있는 전기ㆍ전자업종을 비롯 철강, 조선, 자동차등은 실적 악화를 피하기 힘들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엔화 표시 부채가 큰 기업이나 일본에서의 수입 의존도가 높은 기업 등은 반사 이익을 얻을것으로 보인다.
한편 SK증권은 지난 97년11월~98년9월 엔화 약세기에 상대적으로 강세를보였던 내수 관련주에 주목할 것을 주문하고 나섰다. 현정환 연구원은 “엔화 약세가 심화하고 수출 회복이 지연된다면 유통관련주와 내수 점유율이 높은 종목들이 약진할 것으로 보인다”며 “특히 거래소 시장의 내수 관련 우량주가 신고가 행진을 하고 있는 반면 코스닥 시장의내수 우량주는 다소 소외되고 있어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일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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