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들은 성기를 떼어놓고 들어오세요.”주인 정경애씨의 말에 지레 겁먹을 필요는 없다. 남성주의적 혹은 남근주의적 생각을버리고 오라는 뜻이다. 서울 서대문구 대현동에 있는 페미니스트 카페 ‘고마’에는 남자들의 엉큼한시선이 일체 허용되지 않는다.
‘고마’는 1997년 성폭력상담소 강사로 있던 이숙경(현재 웹진 ‘아줌마’ 대표)씨와 정경애, 전인선씨가 ‘여자들의 사랑방을 만들어 보자’고 의기투합하여문을 열었다.
정경애씨의 설립 취지. “여자가 자유롭게 담배 피우고 성에 대해 얘기를 나눌공간이 의외로 참 없습니다. 남자들의 들러붙는 시선도 불쾌할 때가 많지요.” ‘고마’는 단군 이전에 존재했던 모계사회 부족 ‘고마족’에서따온 말로 ‘아마조네스’의 한글 표현에 가깝다.
25평 남짓한 조그만 공간에 놓인 40석의 의자. 한쪽 벽에 페미니스트 잡지IF나 여성단체의 소식지 등이 꽂혀 있다. 다른 곳보다 다소 옹색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러나 손님 오세희(25ㆍ학원 강사)씨는 “성희롱이나성폭력 문제를 해결하려면 이곳으로 오라”고 서슴없이 권한다. 가해자에게 사과나 각서를 받아내고싶을 때, 고마에 오면 우선 피해 상황을 솔직하게 이야기할 수 있다.
그의 말대로 성폭력 피해자가 “네가 왜 내 가슴만졌어!”라고 소리낼 수 있는 공간이 어디 있는가. 가해자들은절로 위축된다. 뻔뻔하게 변명을 늘어놓다가는 “뭔 소리야!” “그게 말이 돼?” 하는 페미니스트 손님들의 참견이 이어지기 때문. 일종의 집단상담분위기가 만들어진다.
20대부터 50대까지의 손님들은 대부분 끈끈한 여성적 연대로 묶여 있다. 이화여대학생들을 비롯해 페미니스트 잡지 ‘또 하나의 문화’ 동인들과 여성단체협의회ㆍ여성민우회 실무진이 단골이다.
여성학자 오숙희씨가 ‘아줌마들의 수다모임’을 가졌고 삭발한페미니스트 가수 ‘지현’도 가끔 공연을 한다. 벨기에 입양아 출신인 화가 조미희씨도 ‘버림받은딸의 아픔’을 주제로 전시회를 했다. 앉아 있다 보면 여성 문제에 대한 이해의 폭이 저절로 넓어질 수밖에없다.
저렴하고 독특한 메뉴로 카페로서의 본업도 소홀히하지 않는다. 소주에 라임ㆍ레몬주스,그레나딘과 진토닉을 섞어 시원하고 달콤한 칵테일소주가 500㎜들이 한 병에 1만 2,000원이다. 맥주 6병에 모듬안주(감자튀김+소시지+돈가스)가 나오는‘고마스페셜’(2만 5,000원)도 인기다. 관음적 시선으로 여자들을감상하려 들지 않으면 남자들도 환영한다고. 신촌 기차역에서 이대 후문방향으로 50m. (02)364-5950.
양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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