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한 남자의 아내이자 초등학교 아들을 두고 있는 어머니, 그러니까 명실공히 아줌마다.대한민국이 여권(女權)이나 여성의 사회 진출에 대해 보수적인 남성 중심의 사회라는 건 공공연한 사실이고 덕분에 독특한 뉘앙스의 아줌마란 존재는 참으로 의미심장하다.
미스의 감각과 미모를 저당잡히고 대신 가정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어떠한 행위도 용납되는 치외법권을 인정받은 ‘제3의 성’이나 마찬가지이니까.
패션에서도 ‘아줌마 패션’이라는 얼토당토하지 않은 패션까지 존재할 정도다.
빠글빠글한 퍼머 머리에 품이 넉넉한 바지나 무릎 길이 H라인 스커트, 외출 시에는 패턴이 로고나 다름없는 몇몇 브랜드의 트렌치 코트에 작은 손가방의 문양 역시 천편 일률적인 체크 혹은 페이즐리 무늬다.
마치 수십만 아줌마 부대의 파워를 자랑하는 듯한 군복 같다.
패션업계에 몸담고 있는 아줌마로서, ‘아줌마’가 획일화한 패션 이미지로 자리매김하는 것을 보기란 정말 괴로운 일이다.
현대의 패션 스타일링은 더 이상 사이즈 문제가아니다. 에이지리스(Ageless) 개념은 이미 우리 사회에서 친숙한 개념이다.
짧은 미니 스커트면 어떠한가? 아이를 낳고 기르다 생긴 ‘똥배’나 두꺼운 팔뚝이 있으면 또 어떠하리! 가리려고 할수록 오히려 두드러질 뿐인데.
이런 생각을 해 본다. 분홍색 카디건에 산뜻한 청바지를 입고 아이보리빛 패딩 점퍼를 걸친 채 거리를 활보하는 아줌마.
혹은 야구 모자에 후드 점퍼, 힙합 트레이닝 바지를 입고 공원을 조깅하는 아줌마. 생머리에 털모자와 두툼한 머플러, 캐주얼한 더플 코트 차림으로 퇴근하는 아줌마.
조금만 생각을 바꾼다면, 당장이라도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 아닐지.
/베스띠벨리 디자인실 정소영 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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