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승현 게이트’ 관련 검찰의 정치인 수사는 지뢰제거 작업처럼 ‘느리지만 확실하게’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여ㆍ야 의원들과 정권실세의 연루의혹이 연이어 보도되고 있는 이상 검찰은 뜨뜻미지근했던 지난해 수사의 전철(前轍)은 밟지 않겠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다.하지만 검찰은 지금 당장 사건의 핵심인 진승현(陳承鉉ㆍ28ㆍ구속) MCI코리아 부회장의 정ㆍ관계 로비의혹을 파헤칠 경우 예상되는 역풍을 피하기 위해 돈의 흐름을 따라 로비스트 등 주변인물부터 확인해 들어가는 우회전술을 채택했다.
수사관계자는 “(수사의)1순위는 신광옥(辛光玉) 전 법무차관이며 2순위는 김은성(金銀星) 전 국정원 2차장이 주도한 ‘국정원 게이트’, 3순위가 정치인에 대한 총선자금 제공”이라며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갈 것”이라고 밝혔다.
검찰의 이 같은 수사구도에서 주목되는 것은 김 전 차장의 ‘진 게이트’ 개입 정도. 그간 김 전 차장은 ▦지난해 8월 진씨 구명로비에 나선 전 국정원 간부 김재환(金在桓ㆍ전 MCI코리아 회장)씨의 진씨 회사 회장 추천 ▦같은 해 9월 진씨에 대한 검찰내사 당시 대검 간부들에게 불구속 청탁 ▦같은 해 11월 진씨의 로비대상자인 정ㆍ관계 인사 10여명 명단 입수 등으로 지나치게 진씨에게 집착했다는 의혹을 받아왔다.
사정기관 주변에서는 김 전 차장이 국내상황을 총괄하는 직위상 권력실세들과의 교분을 통해 유망한 벤처사업가였던 진씨를 ‘자금줄’로 관리했다는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지난해부터 진씨 사건을 지켜본 검찰 고위관계자는 “김 전 차장이 엄익준(嚴翼駿ㆍ사망) 전 국정원 2차장의 뒤를 이어 진씨를 관리해왔으며 구속된 정성홍(丁聖弘ㆍ52ㆍ구속) 전 국정원 과장이 중간 연결고리 역할을 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국정원 관계자도 “김 전 차장이 개인적 목적을 위해 진씨와 접촉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정 전 과장은 진씨와 함께 4ㆍ13 총선 직전 민주당 김홍일(金弘一) 의원을 비롯한 여ㆍ야 정치인 30여명에게 총선자금 제공을 시도했거나 제공했고 사석에서 “진승현 사건의 진실이 모두 드러나면 나라의 기반이 흔들린다”는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져 검찰의 집중추궁을 받고 있다.
이 같은 정황에서 검찰은 수사2순위인 김 전 차장을 철저히 분석하고 나서야 본격적인 정치인 수사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검찰은 이 과정에서 민주당 간부인 최택곤(崔澤坤ㆍ57ㆍ구속)씨와 도피중인 김재환씨를 압박해 리스트 등 또다른 정치인 연결고리가 있는지도 확인할 방침이다.
검찰 관계자는 “별다른 정치적 배경도 없는 20대 젊은이인 진씨가 수십명의 정ㆍ관계 인사를 후원했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다”며 “진씨의 후견인이 누구였는지가 결국 정치인 수사의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손석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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