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 샅바 승!"이라는 외침과 더불어 천하장사의 등극을 알리는 꽃가루가 흩날리자 '귀공자'황규연(신창)의 눈에 이슬이 맺혔다.'골리앗'김영현(LG)과 맞선 제 39대 천하장사 결정전,2-2 접전 끝에 펼쳐진 마지막 판에서 두 선수가 거의 동시에 모래판에 쓰러졌다.잠시 침묵이 흐른 후 주심이 마침내 황규연의 승리를 외친 것.
황규연이 16일 울산 동천체육관에서 열린 2001 세라젬마스타 울산 천하장사 씨름대회 천하장사 결정전에서 김영현을 3-2로 꺾고 생애 첫 천하장사 꽃가마에 오르는 감격을 맛봤다.상금 5,000만원.
1995년 프로 데뷔후 별다른 성적을 내지 못했던 황규연은 올들어 뿌려치기와 어깨 감아치기 등 화려한 기술씨름을 무기로 6월 광양대회 지역장사와 10월 영암대회 백두장사에 올랐다.
기술씨름(황규연)과 힘의 씨름(김영현)이 맞선 결정전을 부드러운 것이 강한 것을 누른다는 것을 보여준 승부였다.8강전에서 신봉민(현대),준결승전에서 이태현(현대)을 차례로 제압한 황규연은 역대전적 5승15패로 열세를 면치 못한 김영현과 만나 정면 승부를 택했다.
첫번째 판.주심의 시작신호가 울리자마자 황규연은 기습적인 잡치기로 기선을 제압했다. 당황한 김영현은 두번째 판에서 특기인 밀어치기로 1-1 동점을 만들었다. 황규연은 세번째 판에서 밀어치기를 시도하는 김영현에 맞서 한동안 버티다가 유연한 허리를 이용해 한 판을 더 보탰다.마음이 급해진 김영현은 네번째판이 시작되자마자 다시 밀어치기로 2-2동점을 만들었다.운명의 다섯째판.마지막 남은 힘까지 쥐어짜내며 팽팽히 맞서던 두 선수가 거의 동시에 모래판에 넘어졌지만 주심은 황규연의 손을 들어주었다.
황규연은 경기후 천하장사는 하늘이 선택하는 것"이라며 "올해 내내 허리부상에 시달렸지만 연습을 게을리하지 않아 하늘이 나를 선택해준 것 같다"고 말했다. 9월 천안대회서 비신사적 행위로 2개 대회 출장정지 징계를 받은 후 2개월 만에 다시 모래판에 선 김영현은 공백의 후유증을이기지 못한 듯 특유의 투지르 발휘하지 못한 채 모래판을 내려오고 말았다.
울산=박천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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