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가 2005년 완공을 목표로 새 입자가속기 LHC(LargeHadron Collider) 제작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1990년대 초 시작한 이 작업이 종반으로 치달음에 따라 세계 물리학계는 LHC가 풀어낼 우주의 비밀에 벌써부터 흥분하고 있다.
입자가속기는 양성자 등을 양쪽에서 충돌시켜 그 파편을 통해 물질의 구성단위를 알아보는 실험도구.
뮤온, 쿼크 등의 존재도 가속기 실험으로 밝혀졌다. CERN은 스위스 제네바에 직경 9㎞, 둘레 27㎞짜리 현존 최대의 가속기를 보유하고 있다.
LHC는 바로 이 가속기의 27㎞ 터널을 그대로 이용해 지하 100m에 설치하는 것으로 비용은 모두 2조 원 정도가 든다.
한국에서도 박성근 고려대 물리학과 교수 등 물리학자 30여 명이 97년 한국LHC를 발족했다. 현재 약 60억 원을 들여 LHC에 들어갈 집약형뮤온 검출기를 제작하고 있다.
LHC는 150억 년 전 우주를 탄생시킨 ‘빅뱅’(Big Bangㆍ섭씨 1만 조의 온도였을 것으로 추정) 이후 최초로 초당 온도 조 단위의 에너지로 양성자들을 충돌시키게 된다.
■신의 입자를 찾아라
LHC를 만드는 근본 목적은 ‘신의 입자(God Particle)’로 불리는 힉스(higgs)를 찾아내기 위한 것이다.
힉스는 세상 만물에 질량을 부여하는 근원입자. 물리학자들은 빅뱅 당시 우주의 에너지는 질량이 없는 빛으로만 존재했을 것으로 추정한다.
스코틀랜드 출신 과학자 피터 힉스가 이를 주장한 이후 물리학계는 힉스 찾기에 골몰해 왔다. 쿼크, 뮤온 등도 근본적으로 힉스에서 왔을 것으로 추정한다.
힉스 찾기가 어려운 것은 입자 충돌 후 10의 25승 분의 1초 동안만 존재하고 바로 다른 입자로 바뀌거나 쪼개지기 때문이다.
■블랙홀을 만든다
LHC가 빚어낼 또 하나의 충격은 인공 블랙홀.
LHC는 입자를 뭉쳐 블랙홀로 만들기에 충분한 밀도와 에너지 환경을 만들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우주에 존재하는거대 블랙홀은 아니고, 원자보다 훨씬 작은 ‘아원자(Subatomicㆍ전자 없이 여러 원자핵들만 뭉쳐 있는 상태) 블랙홀’이다.
일부 과학자들은 이 인공 블랙홀 속으로 우리 지구가 빨려 들어갈 우려가 크다고 경고한다.
그러나 아원자 블랙홀은 ‘불구덩이에 떨어지는 눈발’만큼이나 찰나 동안만 존재하기 때문에 위험은 없다는 것이 중론이다.
김정욱 고등과학원장은 “블랙홀은 크기가 작으면 주위 에너지를 빨아들이기도 전에 호킹 박사가 주장한 내부 에너지(Hawking radiation)를 뿜으며 사라져 버린다”고 설명한다.
■4차원 이상을 들여다본다
이와 함께 LHC는 우리가 존재하는 4차원(앞뒤ㆍ상하ㆍ좌우ㆍ시간)이상의 고차원(extra dimention) 세계를 들여다 볼 단초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초(超)끈이론(SuperString Theory)에 의하면 우주는 4차원이 아닌 10여 차원으로 구성돼 있다.
접혀진 상태로 직접적으로 볼 수 없는 고차원도 입자들 사이에 연결된 간접적인 끈을 통해 4차원과 연결돼 있다는 것이다.
블랙홀이 만들어져 그만큼의 에너지가 사라진다면 그 에너지는 고차원 세계로 흘러 들어간 것으로 추측할 수 있다.
포항공대 고인수 교수는 “가속기는 우주 생성의 근원이 된 빅뱅 현상을 실험적으로 재현하려는 물리학자들의 꿈”이라며 “빅뱅에 준하는 고에너지 환경을 만들수록 그 신비를 들여다볼 기회가 많아진다”고 말했다.
이진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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