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어선들이 내년에 러시아 수역에서 잡을 수 있는 명태 정부쿼터가 진통끝에 올해보다 28% 줄어든 2만5,000톤으로 최종 결정된 것에 대해 정부는 최선의 결과라고 자평한다.러시아가 자원감소를 이유로 올해부터 오호츠크해의 외국어선 조업을 전면 금지하는 등 총허용어획량(TAC)을 크게 줄이는 악조건속에서 나름의 노력을 다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수산업계 관계자들은 정부가 러시아 어업관리대책에 보다 심도있게 대비했다면 대체어장 확보와 합동조업, 공동어로 활성화 등을 통해 피해를 더욱 줄일 수 있었다고 지적한다.
■ 정부쿼터 감축 배경
러시아는 1990년대 초부터 오호츠크해 조업 감축을 추진, 작년 말 “내년부터 이 수역에서 외국 어선의 조업을 전면 금지한다”고 발표했다. 러시아는 또 해마다 자국 수역에서의 허용어획량(TAC)을 감축하며 어자원 보호를 강화해왔다.
실제로 내년 베링해 수역의 TAC는 올해의 절반 수준인 72만톤이고 올해 한국에 배당된 어획량은 지난해 4만4,000톤에서 9,000톤 준 3만5,000톤이다.
그러나 국내 명태 소비 물량의 99%를 러시아에 의존해온 정부는 이 같은 러시아의 어업관리대책에 대한 대비가 소홀해 내년도 입어 교섭에서 결과적으로 오호츠크해 물량(올해 정부 쿼터1만톤)을 대체할만한 정부 쿼터를 확보하지 못했다.
■ 명태 수급 차질 없나
정부는 “내년 초 민간 쿼터 입찰에서 14만톤량을 확보할 수 있고 합작사업과 공동어로를 통해 4만톤가량의 어획이 가능하다”며 전체 수급에는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해양수산부 홍승용 차관은 “내년초 입찰을 통해 민간쿼터를 늘리면 올해와 비슷한 15만톤 규모의 쿼터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며 “민간쿼터 입찰참여 예상국가중 최대 경쟁국인 일본은 연근해 명태 어획고가 많아 우리가 유리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내년도 베링해 정부쿼터로 많은 물량을 확보하지 못한 폴란드, 중국, 북한 등이 민간쿼터 입찰에 적극 뛰어들 경우 경매의 특성상 입어료가 상당폭 오를 가능성이 크다. 국내 원양업체들은 올해 총 20만톤의 베링해 민간쿼터 가운데 80%에 이르는 16만톤을 입찰을 통해 확보했었다.
원양업계 관계자는 “현재로서 입어료가 얼마 정도 오를지는 알 수 없지만 명태 수요와 재고가 올해 수준이라면 입어료가 오를 경우 내년도 명태 가격도 오를 공산이 크다”고 말했다.
한편 내년도 정부쿼터가 대폭 줄어들 전망이라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국내 명태 가격이 꿈틀거리고 있다. 해양부 조사 결과 지난달에만 냉동명태 도매가격은 kg당 1,499원으로 작년 동기대비 14.3% 올랐으며, 소매가격도 마리당 1,983원으로 13.1% 올랐다
■ 전망 및 대책
러시아는 1991년 한러 어업협정 체결이후 우호협력차원에서 정부쿼터를 배정해왔다. 그러나 올해부터 재정수입확대를 위해 민간을 대상으로 국제입찰방식을 도입했다. 이 같은 러시아 정부의 정책전환은 정부쿼터의 지속 여부를 짐작할 수 있는 바로미터다.
부경대 박성쾌(해양산업정책학)교수는 “정부는 지금부터라도 러시아 어업관리대책 전환의 의미를 되새기며 대체어장 확보와 함께 민간업계의 합작사업 확대 등에 주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혁기자
hyuk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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