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질의 여파가 예상외로 큰 것같습니다.서울의 도시락전문업체 S사가 만든 도시락을 먹고 세균성이질에 걸렸던 환자 가운데는 세브란스 병원의 의사와 간호사, 의료기사들도 포함돼 있습니다.
병원측에 따르면 14일 현재 설사증상을 보이는 의료진은 140명.이 가운데 20여명이 이질로 확진됐습니다.
집단으로 증상으로 보이고 있는 신경외과, 일반외과, 성형외과 등일부 과에서는 의료진이 출근할 수 없어, 환자들의 수술날짜까지 줄줄이 열흘에서 한달 뒤로 밀리고 있습니다.
아니, 돈 잘버는 의사들이 왜 점심에 김밥은 먹었을까요?
의학담당기자로 병원을 무시로 출입하며 의사들의 점심시간을 목격할 때마다, 저는 우리사회가 의사들에 대해 갖고 있는 일방적인 반감은 분명 고쳐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외과의사들은 막 노동자보다도 힘든 직업입니다. 외과의사들은 보통 새벽 6시 수술장에 들어가면,오후 7시는 돼야 나옵니다.
병원마다 사정은 다르지만, 많은 병원의 외과의사들은 보통 수술장에서 3,000원짜리 도시락으로 점심을 때웁니다.
전공의는 하루 3끼 중 점심, 저녁 두끼는 늘 이런 식으로, 교수들조차 1주일에 2~4회는 김밥 등으로 때웁니다.
수술장 옆 휴게실에서 허겁지겁 차가운 김밥으로 늦은 점심을 때우고 다시 수술장으로 건너가는 의사들을 보며, 최근 동네의원의 진료비 수입(환자 본인부담금 포함)이 한달평균 3,086만원이라는 보건복지부 발표를 떠올려 봅니다.
신문기사 제목만 훑은 독자는 의사들이 정말 고수익을 올리고 있다고 여길지 모릅니다.
그러나 병원 임대료, 의료기기 리스비용, 병원직원 월급들을 지출하고 나면, 비보험 종목만 발굴해 턱없이 진료비를 높게 받는 악덕의사를 제외하곤, 개인의원이건 대학병원이건 양심적으로 일하는 의사 개인에게 실지로 들어오는 수익은 그리많지 않습니다.
의사들의 김밥도시락, 시간이 부족해서라기보다, 어쩌면, 가벼운 주머니 사정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송영주기자
yjs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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