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성마비 두살배기 은유네의 '추운겨울'“아가! ‘엄마’ 한번만 해보렴.” 엄마가 속삭이자 가쁘게 숨을 몰아 쉬던 아이의 발가락이 파르르 떨린다. 아이가 다시 ‘컥컥’거리자 엄마는 입안의 가래를 뽑아내는 가느다란 관을 아가의 목 안으로 집어 넣는다.
사지경직성 뇌성마비에 1급 정신지체를 앓고 있는 정은유(鄭恩有) 양은 고작 두살배기다. 은유는 최정숙(崔貞淑ㆍ42)씨가 아이를 가질 수 없다는 이유로 이혼까지 당한 뒤 두번째 남자를 만나 불혹에 낳은 소중한 첫 딸이다.
그러나 은유의 아빠마저 은유가 태어나기도 전에 ‘성격 차이’를 이유로 홀연히 떠나갔다.
“엄마를 빨리 만나려고 했는지 7개월 만에 태어났어요. 750g의 미숙아였던탓에 6개월 동안 인큐베이터에서 자랐어요.”
최씨는 매주 100여만원의 병원비도 마다 않고 은유를 길렀지만 기도가 너무 가늘어 호흡곤란을 일으켰고, 결국 목에 구멍을 뚫고 산소호흡기를 착용해야 했다.
비극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은유는 퇴원 후 산소호흡기가 빠지는 바람에 저산소증으로 혼수 상태에 빠졌고, 깨어났을 때는 뇌기능이 멈춰 팔, 다리가 마비되고 정신지체까지 겹쳤다.
다시 입원했지만 이번에는 대장에 염증이 생겨 대변을 받기 위해 배에 구멍을 뚫어 대장을 몸 밖으로 빼내는 수술까지 했다. 5차례의 가혹한 수술을 견디었지만 은유의 상태는 늘 그 자리다.
“목숨만 붙어 있다면 어떻든 살 수 있겠지요.” 최씨의 마음 한 편에 꿈 한자락이 움트곤 했지만, 이미 유일한 재산이던 전세금마저 날린 후였다.
빈털터리가 된 모녀는 집안의 맏이던 남동생의 갑작스런 죽음과 그로 인한 최씨 부모의 병치레로 풍비박산이 난 가족들에게 마냥 손만 벌릴 수도 없는처지였다.
다행히 주위의 도움으로 9평짜리 임대아파트를 얻었지만 한시도 은유 곁을 떠날 수 없는 최씨는 생계가 막막할 뿐이다.
은유는 당장 대장을 원상복귀하고 자궁에 난 혹을 제거하는 2번의 수술을 더 받아야 한다. “수술이 끝나면 업고 나가 행상이라도 할 생각입니다. 당장은 우유 값도 없어요….”
엄마가 흐느끼자 아이의 눈망울에도 눈물이 반짝 맺혔다. 문의 (02)376-6284 서대문복지관. /고찬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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