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市운영 대안학교 7곳 성공적 정착아이 하나가 무대위로 뛰어나온다. “으아아아악” 길게 소리를 지르며 온몸을 뻗쳐 절규한다.
또 다른 아이가 뛰어 나오고, 그 뒤를 4명의 아이들이 우르르 나와 ‘같은 소리’를 지른다.
그리곤 바닥에 쓰러진 아이들이 쇠사슬에 감긴 채 무거운 짐을 질질 끌면서 고통스럽게 무대위를 뒹군다.
14일 오후 서울 강북구 수유4동 강북청소년수련관의 예술극장에는 6명의 청소년들이 막바지 연습에 땀을 흘리고 있었다.
지난 9월12일 문을 연 대안학교 ‘난나공연예술아카데미’ 학생들이다.
무대에서 만난 박현숙(17ㆍ여)양은 공부 잘하는 3분의1을 나머지는 들러리가 돼야 하는 학교가 싫어 올해 초 고등학교를 그만두었다.
성적만이 미래를 보장한다는 강압적인 가르침도 견딜 수 없었다.
잠시 외톨이로 떨어졌던 그녀는 대안학교 ‘난나’에서 웃음을 되찾았다. 상처를 입은 친구들과 서로를 보듬다보니 “나에게도 잘 할 수 있는 게 있다”는 희망을 가지게 된 것이다.
‘난나’의 프로그램은 여느 학교와 달랐다. 개학식 후 처음 한달간은 눈높이 맞추기 공동체과정프로그램을 실시, 생각나누기와 집단상담 등을 통해 학생들의 마음속 상처들을 치유했다.
본격적인 공연수업은 10월 중순부터 시작됐다. 학생들이 스스로 주제나 스토리, 대사들을 선택하고 안무와 소품들도 직접 만들었다.
15일 오후 5시 수련관 청소년 예술극장에서 무대에 오르는 작품 ‘마이 라이프 스토리(My Life Story)’가 그 성과다.
D외고를 다녔던 정의찬(17)군은 “여기서 내가 원하는 게 뭔지를 알고 지금은 그 꿈을 이루기 위해 준비를 하고 있다”고 자랑스럽게 말했다.
‘난나’와 같이 서울시가 지난 9월부터 시범 운영한 탈(脫)학교 청소년 대안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 곳은 모두 7곳이다.
하자작업장학교, 스스로미디어넷학교, 수서대안학교 등 문을 열고 각기 특색있는 교육을 담당하고 있다.
검정고시를 보려는 청소년을 위해서는 체험학습과 인성교육을 실시하고, 특성화 교육을 원하는 청소년들에게는 미디어, 공연예술, 컴퓨터관련 직업교육 등을 가르친다.
또 하자작업장학교에 마련된 대안교육센터를 축으로 이들 시범 학교가 모두 네트워크화 돼있어, 한곳에 등록한 학생이 다른 대안학교에서 수업을 받기를 원하면 언제든지 가능하다.
대안학교 시범학기는 12월중으로 끝난다. 시범기간에는 무료로 수업이 진행됐으나 내년에는 실비를 받는다는 게 서울시측의 입장이다.
이성원기자
sung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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