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딩크 "팀웍 제일" 절도·규율 강조지난해 말 대한축구협회의 가삼현 국제부장이 히딩크 감독에게 “한국팀을 맡아 달라”고 요청했을 때 그는 대뜸 이렇게 물었다. “아무 이유없이 한국선수들에게 당장 나무에 올라가라고 명령한다면 그렇게 하겠는가?” 가 부장이 “아마 그럴 것”이라고 대답하자 히딩크 감독은 “좋은전통”이라며 감독직 제의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히딩크 감독의 카리스마를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히딩크 감독의 지도철학은 한마디로 카리스마에서 나온다. 그의 카리스마는 팀워크를 위한 것이다. 그가 한국축구대표팀 사령탑으로 부임했을 때 가장 먼저 강조한 점이 식사시간이었다. 5분도 안돼 자리를 뜨는 젊은 선수들을 보고 그는무조건 선배들과 한 식탁에 앉아 규정된 식사시간(1시간)을 채우도록 지시했다.
또 식사시간에는 전화통화도 못하게 통제했다. 처음에 어색해 하던젊은 선수들은 이제 식당이 시끄러울 정도로 선배들과 대화를 나눈다. 대표팀의 박항서 코치는 “이런 것들이 결국 의사소통에 도움을 줘 팀워크를 향상시킨다”고 말한다.
네덜란드 대표감독이던 1996년 유럽선수권서 문제됐던 흑인 소장파와 백인 노장파의 갈등을 극복하고 팀을 98년 월드컵서 4강으로 이끈 것은 바로 그의 융화능력을 입증하는 단적인 예이다.
그는 또 절도와 규율을 강조한다. 취임일성이 ‘선수들이 이동하거나 식사를 할 때 복장을 통일하라’는 것이었다. 정해성 코치는 이를 ‘누가보더라도 대표선수임을 알 수 있게 하고 대표팀은 하나라는 공동체 의식을 갖게 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한다.
히딩크 감독은 평소 개개인의 임무를 강조하고 이를 통해 팀워크를 조직화하는 스타일이다. 수비수들의 움직임을 극히 자제케하고 지시를 지키지 않는 선수들을 배제시켜온 것은 절도와 규율의 철학에서 비롯됐다.
선수들의 명성에 연연해 하지 않는다는 점도 그의 장점이다. 처음에 칭찬을 아끼지않던 고종수의 기량이 컨페더레이션스컵서 유럽팀들에게 통하지 않자 미련없이 제외시켰다. 또 이동국 등 노력하지 않는 스타들보다 설기현 송종국 등기량 향상이 돋보이는 신예들의 성실성을 높이 평가했다. 그는 또 심리전의 대가이다. 튀는 골키퍼 김병지를 장시간 제외시켜 스스로 문제점을 깨닫게했다.
그는 아직까지도 한국선수들에게 아쉬운 점이 있다. “한국선수들은 너무 얌전하다”는 것이다. 이 말에는 선수들의 투지부족은 물론 모든 것을 축구에 투자하지 않는 자기관리의부실에 대한 질책이 담겨 있다.
박항서 코치는 “히딩크 감독의 전술과 기술적 지도는 국내 감독과 비슷하지만 정신력과 팀워크를 강조하는부분은 내가 알고 있는 유럽지도자 스타일과 다르다”며 “일상생활의 모든 부분을 경기, 특히 팀워크로 연결시키는 특징이 있다”고 말했다.
유승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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