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스 히딩크 감독이 대표팀에 몰고 온 변화 중에는 성공한 점도 많았지만 실패도있었다. 그에게 반드시 좋은 평가를 내릴 수 없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수비에서 ‘4백 도입의 실패’ 때문이다.올 초 부임 당시 히딩크 감독은 “월드컵에서 강팀과 맞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4백이 불가피하다”며 한국의 수비라인을 4백시스템으로 바꿨다. 그러나 대인수비에 익숙한 한국수비수들은 지역수비개념이 절대적인 4백에 적응하지 못하고 대량실점하는등 무기력한 모습만 보였다.
96년 이후 대표팀의 주전수비수로 활동해 온 이민성(28ㆍ부산)은 “오랜 기간 3백에 적응해온 많은 선수들이 4백수비에 어려움을 겪었다”면서 “상대의 역습 때 스루패스 한방에 무너지는 등 지역방어의 한계를 절감했다”고 털어놓았다.
결국 히딩크 감독은 8월 체코와의 평가전 이후 3백 위주로 경기를 운영하기 시작했다. 3백으로 복귀한 뒤 크로아티아, 미국과의 평가전서는 수비라인의 안정을 찾으며 다소 만족스런 결과를 얻었다. 김태영(31ㆍ전남)은 “3백으로 돌아선 이후 수비수들이 심리적 안정을 되찾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9월 이후 3백에 의존해 거둔 성과가 진짜 히딩크 감독의 용병술로 평가해야하는 것인지에 의문이 따른다. 예전부터 한국대표팀은 국내에서 열린 평가전서 3백으로 좋은 결과를 얻었기 때문에 최근의 수비안정이 꼭 히딩크 영입의 효과라고 할 수 없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조윤환 전북 감독은 “3백으로 회귀한 것은 히딩크 감독이 선진적인 전술주입에 실패했다는 사실을 입증하고있다. 3백 시스템으로 전환 한 뒤 오히려 공격에 대한 실마리를 찾지 못하는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렇다고 히딩크 감독이 4백을 포기한 것으로 해석해서는 안된다. 4백의 실패는 결국 조직력을 배양할 시간 부족에서 비롯된 현상이기 때문이다. 김광명 기술위원은 “내년 3월까지 히딩크 감독이 4백을 집중 훈련시킬 시간적 여유가있다”고 말했다. 히딩크 감독 역시 “상대의 공격형태에 따라 3백과 4백을 병행할 것”이라고 여러 차례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올 한해 선수들에게 4백에 대한 자신감을 심어주지 못했다는 사실은 히딩크 감독으로서도 성공적인 1년을 보냈다고 말할 수 없는 대표적인 실패사례인 것은 분명하다.
▼3백과 4백의 차이는▼
4-4-2 시스템은 수비가 넷이고 3-5-2는 수비가 셋인데 왜 4-4-2가 더 공격적인 시스템일까.일반적으로 4-4-2의 4백이 양쪽 윙백까지 포함하는 반면 3-5-2의 3백은 중앙수비만을 지칭한다.
4백에서는 중앙수비수가 2명으로 3-6-2의 중앙수비보다 1명이 부족한셈.결국 4-4-2는 수비수 4명으로 모든 상황에 대처해야 하므로 대인방어는 물론 지역방어까지 아우르는 창조적인 플레이가 요구된다.한편 3-5-2는 수비시 양쪽 윙백의 가담으로 실질적으로 5-3-2가 돼 수비에 치중하는 압박축구에 주로 사용된다.
이준택기자
이준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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