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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속으로] 사당동 가구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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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속으로] 사당동 가구거리

입력
2001.12.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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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1월 결혼예정인 예비신부 김모(28ㆍ용산구 이촌동)씨는 최근 혼수가구를 마련한 뒤 표정이 밝아졌다.모두 200만원에 필요한 것들을 장만했기 때문이다. 비결은 서울 동작구 사당동 가구거리에 있다.

9자 장롱이 60만원부터 가능한데 80만원이면 괜찮은 장롱을 고를 수 있다. 화장대는 18만원부터 이고, 침대는 25~30만원부터 35~40만원 정도로 비싼 것이 100만원선이다.

소파는 인조가죽(레자)이 15만원부터, 천은 25만원부터 다양하게 선택할 수 있다. 4인용 식탁은 20~30만원이다.

김씨는 “가격대를 높여봤자 200만원이 조금 넘고 세트로 살 경우 깎아주기도 한다”며 만족해 했다.

이수교차로에서 방배경찰서까지 2.5㎞가량 이어지는 동작대로변. 이른바 사당동 가구거리로 150여개의 크고 작은 가구점들이 자리잡고 있다.

유명 브랜드 가구는 물론 중고가구, 재고 및 이월상품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가구가 주인을 기다리는 이곳은 서울 최대의 가구단지를 형성하고 있다.

특히 주말이면 싼값에 원하는 디자인의 혼수가구를 찾으려는 어머니와 딸, 사무용 가구를 대량구매하려는 기업체 구매담당 직원들의 모습을 곳곳에서 볼 수 있다.

사당동 가구거리는 원낙 넓어 돌아보려면 발품이 꽤 든다. 웬만한 매장은 2층 또는 지하에 넓은 전시장을 갖추고 있어 시간을 두고 꼼꼼히 살펴보는 게 좋다.

자신이 원하는 물건을 정한 뒤 이곳을 찾는 것도 효과적인 방법이다.

이 곳이 인기를 끄는 것은 가격이 저렴하기 때문이다. 시중 가격보다 10~20% 가량 싸 알뜰주부들의 쇼핑코스로 오래전에 자리를 잡았다.

고가품 전문인 논현동은 물론 웨딩숍과 연계된 아현동 가구거리보다 훨씬 싸다는게 업계의 정설이다.

서재방 전문 ‘박치열 모던디자인’의 김상우(39)씨는 “이미 싸다고 소문이 나 대부분이 거기에 맞출 수 밖에 없다”며 “최근에는 깔끔한 모던스타일로 집을 꾸미는 젊은 주부들이 많아 짙은 톤과 블랙계열의 가구들이 많이 나간다"고 귀띔했다.

또 다른 특징은 사무용 가구판매점이 많다는 것이다. 웬만한 곳에선 사무실이나 서재에 대한 디자인을 무료로 상담받을 수 있고 2만원짜리 사무실 의자부터 230만원대 고급 목재책상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요즘 잘 나가는 제품은 신세대취향의 체리색과 비취색 계열의 사무용품이라고 한다. 그레이 계통은 사라지는 양상이다.

동양사무용가구 이춘복(60) 사장은 “요즘에는 탑처럼 쌓아올린 탑책상과 공간활용형으로 꿰어 맞출 수 있는 퍼즐책상이 잘 팔린다”며 “시중가격 18만원짜리 120㎝ 퍼즐책상 1개가 여기선 14~15만원선”이라고 밝혔다.

사무용 가구는 요즘이 시즌이라고 한다. 관공서 등에서 예산을 부랴부랴 집행하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그러나 올해는 경기침체로 주문이 줄었다. 유신가구의 박미정(28ㆍ여)씨는 “작년 이맘때는 예약이밀려 있었는데, 올해는 작년만 못하다”고 말했다.

그래도 신세대풍의 사무집기을 구하려는 손님들의 발길은 끊어지지 않고 있다.

이곳은 원래 값싼 중고가구 전문타운으로 유명한 곳. 그러나 IMF후 가구 값의 거품이 빠지면서 중고가구전문점이 점점 자취를 감추고 있다.

한때 50여개에 달하던 중고가구점은 20여개로 줄었다. “요즘에는 값싼 중고가구를 사러 나왔다가 아예 조금 더 보태 새 물건을 사가는 손님들이 많다”고 한 상인은 전했다.

박석원기자

s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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