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시대 재산상속이 어떻게 이루어졌는 지를 분석한 흥미로운 논문이 나왔다.전병무 국민대 강사가 최근 ‘고문서를 통해 본 조선시대의 상속, 대물림의 내력’(국민대박물관 발행)에 발표한 ‘전통사회의 상속과 고문서’에 따르면 옛날의 상속은 상속인이 살아있을 때 물려주는 생전분재(生前分財)를 원칙으로 했다.
국가에 내는 상속세는 없었다.
상속재산은 선대로부터 물려받은 재산, 아버지, 어머니 재산 등으로 명확히 구분했으며 생전분재가 안됐을 경우는 상을 마친 후 가족이 협의해 유산을 분배했다. 이를 화회(和會)라고 한다.
특이한 것은 고려시대에는 딸도 출가 여부에 관계없이 동등하게 상속받는 등 남녀차별이 거의 없었다는 점이다. 이런 양상은 조선 중기까지도 계속된다.
고려시대의 호족을 보면 여성 호주가 적지 않았다. 또 호적에 기록된 형제자매 서열은 남자를 우선 순위로 기록하는 조선 후기와 달리 출생 순으로 했다.
상속의 몫은 자녀를 비롯해 같은 순위의 상속인 간에는 균등하게 분배됐다.
재산이 균등하게 분배되지 않을 경우 관이 나서서 균분(均分)해주는 것이 관례였다. 남녀 균분상속의 전통이 허물어진 것은 18세기에 들어서면서 부터이다.
주자학적 유교질서가 고착돼 자녀들이 돌아가면서 모시던 조상의 제사를 종손이 독점하게 됐고, 자연스럽게 제사비용을 상속재산에서 별도로 장남에게 떼어 주면서 다른 자녀와 차별을 두게 됐다.
특히 딸에 대한 상속분이 줄어 들었으며, 출가한 딸에게는 상속을 하지 않는 것이 관례가 돼버렸다.
이 같은 변화의 초기에는 상속을 둘러싸고 가족간에 소송도 많았지만 유교적 질서에 의해 점차 묵인됐다.
/김철훈기자 c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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