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람이 그 시끄러웠던 ‘도올 논쟁’의 주역이었나 싶다. 53세라는 나이가 믿기지 않을 정도로 티없는 모습의 서지문 고려대 영문과 교수(그는 “책과 결혼했다”고 말하는 미혼이다).지난 2월초 “소인이 군자를 강(講)한다”는 글로 도올 ‘논어’ 논쟁을 촉발시키고, 몇 달간의 논란 끝에 결국 도올의 방송 도중하차를 불러왔던 그가 이후 7개월여, 직접 쓴 논어 해설서를 들고 독자와 만나려 한다.
‘서지문 교수와 함께 영어로 배우는 논어’(창작시대 발행ㆍ전2권)라는 제목의 700쪽 가까운 분량의 논어 해설서를 낸 그를 만났다.
- 언제 책을 썼나.
“1학기 때부터 준비하다가 여름방학 때 7월 1일부터 하루 12시간씩 두 달을 꼬박 썼다.”
- 영어로 논어를 해설하는 내용이 이색적이다.
“제임스 레그가 1861년 최초로 완역한 논어 영역본과, 린위탕(林語堂), 칼 야스퍼스의 해설서, 변영태 선생의 1960년 영역판 등 16권의 영어 책을 참고로 했다. 나 자신 익히 알고 있던 논어의 구절들을 새삼 영어로 읽으니 영역자들의 공자와 유교에 대한 해석이 그렇게 신선하고 흥미로울 수가 없었다. 내가 느낀 감흥을 일반 독자들과 함께 나누고 싶었다.”
- 책 서문에 ‘우리나라에서 대부분의 국민들이 공자나 논어에 대해 완벽히 무지한 상태’라고 썼는데.
“나는 영문학자이지만 제대로 인문학을 하려면 동양의 사상이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고 생각해 논어를 배웠다. 1978년 학위를 받고 귀국한 직후 정태현 선생에게서다. 논어를 공부하면 할수록 공자의 지성과 윤리적 확신에 감명을 받았다. 그런데 도올과의 논쟁이 났을 때 내가 도올의 잘못을 지적해도 그것이 옳은 지적이라고 말하는 이가 없었다. 동양학자들도 시비에 말려들고 싶지 않아서인지, 아니면 동양학이 하도 냉대를 받으니 그런 엔터테이너라도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것인지 지적을 하지 않았다.”
- 이번 해설서에서 도올의 논어 해석을 비판한 부분이 있나.
“책에서는 기본적으로는 논어의 주요 구절에 대한 대표적 영역 두 가지씩을 제시하고 그것을 해석하고, 나의 생각을 덧붙이는 형식을 취했다. 하지만 도올이 切嗟琢磨(절차탁마)를 ‘시경’에 나오는 ‘쏙 뽑아놓은 뺀지르르한 미남’을 묘사하는 구절로서 도(道)를 향한 무한한 자기 단련과는 관계가 없는 말이라고 한 것을 바로잡는 등 몇 부분에서는 도올과 해석의 차이가 있다.”
- 도올과의 논쟁을 어떻게 생각하나.
“내가 가장 분통을 떠트렸던 것은 도올이 마치 공자 머리 꼭대기에 올라앉아 있는듯한 태도로 공자를 터무니없이 천박한 인물로 왜곡하고 비하한 내용이었다. 또한 논쟁이 난 뒤, 내가 도올을 비판한 것이 마치 학문의 자유에 해가 되는 행위인 것처럼 엉뚱하게 해석하는 것은 참을 수 없었다. 엄격한 학자라면 정확한 근거에 의한 해석을 해야 한다. 도올이 TV를 통해 매주 두시간씩 64회나 논어를 강의한다는 계획 자체가 무리였다.”
- 우리 시대에 논어의 의미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우리는 유교와 공자를 동일시해서 공자를 딱딱한 사람으로 생각하는데 그는 솔직하고 자애로운 스승이었다. 서양학자들의 논어 번역을 읽으면 그들에게는 유교에 대한 고정관념이 없는 것을 알 수 있다. 크릴 같은 학자는 공자의 사상이 서구민주주의 발전에 굉장한 역할을 했다고도 했다. 하도 살벌한 요즘 세상에 젊은이들이 논어를 제대로 읽고 인간 공자의 말씀을 새긴다면 마음의 여유를 되찾는데 도움이 될 거라고 확신한다.”
“독자들이 재미있게 한문도 배우고영어도 배우고 공자의 말씀도 가슴에 새기게 되는 일석삼조의 효과를 거뒀으면 한다”는 서지문 교수.
/하종오기자 joh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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