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광옥(辛光玉) 법무부 차관과 김은성(金銀星) 전 국가정보원 2차장이 진승현(陳承鉉) 게이트의 양대 핵심 로비창구로 떠오르면서 두 사람의 관계와 역할에 궁금증이 증폭되고 있다.먼저 신 차관과 김 전 차장은 업무적으로나 개인적으로 상당히 친밀하고 협조적인 동반자 관계에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으로 사정업무를 총괄ㆍ조정하던 신 차관은 국내 정치ㆍ경제계 동향 및 범죄정보 등에 정통한 김 전 차장과 공식ㆍ비공식으로 자주 접촉하며 긴밀한 공조체제를 구축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국정원의 한 관계자는 “신 차관과 김 전 차장은 업무적으로 자주 만나 정보를 교류했으며 개인적으로도 관계가 좋았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민정수석을 축으로 한 청와대-검찰-국정원의 삼각 사정라인은 지난해 하반기까지만 해도 긴밀한 협조관계 하에 정상작동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진씨가 검찰에서 본격적으로 내사를 받기 시작한 지난해 8,9월께부터 두 사람간에 불협화음이 일어났다. 금융감독원과 검찰수사로 위기에 몰린 진씨가 평소 가장 든든한 후견인으로 생각한 김 전 차장과 신 차관을 통해 구명로비를 시도하면서 입장이 달라졌다.
먼저 신 차관은 사건의 파장이 걷잡을 수 없이 커져 도저히 검찰수사를 막을 가능성이 없어지자 구속수사가 불가피하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평소 친분관계 뿐 아니라 사업관계로도 진씨와 깊숙이 연관돼 있던 김 전 차장은 진씨 구명을 위해 발벗고 나섰다.
자신이 몸소 대검을 방문해 불구속 선처를 부탁하기도 했지만 불발되자 검찰 수뇌부와 신 차관에 대해 상당한 불만을 표출했다는 후문이다. 결국 이 과정에서 동반자이자 협력자이던 신 차관과 김 전 차장은 적대적 관계로 변해 버렸다.
사정 당국의 한 관계자는 “당시 김 전 차장은 자신의 비리를 감추기 위해 신 차관의 개인비리를 캐고 다니는 등 공격대상으로 삼았다”며 “신 차관의 진씨 연루설도 김 전 차장측이 의도적으로 흘리고 다녔던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한 검찰 간부는 “최근 김 전 차장이 검찰 고위간부를 만나 ‘절대 나 혼자 죽지는 않겠다’고 분개했던 것으로 안다”고 말해 김 전 차장과 신 차관의 갈등 관계를 뒷받침했다.
배성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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