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대로 된 번역이 많지 않은 우리 현실에서 동서양 고전과 불교 경전의 온전한 번역이 속속 출간돼 관심을 모으고 있다.가산불교문화연구원(원장 지관 스님)은 최근 ‘가산삼학(伽山三學)총서’ 1, 2권을 내놓았다.
불교 대중규범서라 할 수 있는‘고려판 선원청규’(禪苑淸規ㆍ자각종색선사 원저, 최법혜 역주)와 초기불교 수행론을 집성한 ‘빠띠삼비다막가 역주’(임승택 옮겨지음)가 그것이다.
특히 고대 인도 팔리어로 ‘분석적 성찰’이란 뜻의 ‘빠띠삼비다막가’는 현존하는 불교 수행서 가운데 가장 초기의 것으로 남방 불교 수행 전통의 원초적형태를 보여주는 중요한 경전이다.
삼학은 계(戒ㆍ계율), 정(定ㆍ참선), 혜(慧ㆍ지혜)를 한 데 일컫는 말로 ‘삼학총서’는 수행의 요체가 되는 삼학의 고전들을 우리말로 새롭게 번역하고 주석해내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
불교 수행의 체계화와 대중화를 위해 기획하고 준비한 지 10년 만에 나오기 시작한 총서는 불교계는 물론 우리 지식계의 귀중한 자산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학술문화진흥재단이 지원하는 ‘학술명저번역총서’도 오랜 준비 끝에 하나 둘씩 결실을 맺고 있다.
이 총서의 동양편 출판을 맡은 소명출판은 최근 조선시대 성리학적 사고와 권위에 도전했던 문단의 이단아 이 옥(李鈺ㆍ1760~1813)의 문집을 번역한 ‘역주 이옥전집 1ㆍ2ㆍ3’(실시학사 고전문학연구회 역주)과 고대 중국의 판례집 ‘절옥귀감’(折獄龜鑑ㆍ김지수 옮김), 남송 때의 문학이론서 ‘창랑시화’(滄浪詩話ㆍ김해명 등 옮김) 등 3종 5권을 출판했다.
서양편은 한길사에서 프랜시스 베이컨의 ‘신기관’(진석용 옮김), 볼테르의 ‘관용론’(임미경 역), 오귀스트 콩트의 ‘실증주의 서설’(김점석 번역) 등 3권을 발간했다.
이들 총서는 학문의 토대가 되는 번역의 중요성을 깊이 인식해 특히 텍스트와 번역자 선정에 신중에 신중을 기한 모습이 눈에 띈다.
가산삼학총서의 경우 번역자를 선정할 때 철저한 검증 절차를 거치고 있으며, 번역중간중간에 발표회와 지도회도 갖고 있다.
‘빠띠삼비다막가’를 번역한 임승택씨는 인도철학 박사로 미얀마에서 4년 동안 수행체험을 한 전문가이다.
가산불교문화연구원 연구실장 현원 스님은 “총서는 팔리ㆍ산스크리트ㆍ티베트어 경전의 번역을 활성화해 우리 불교가 한문 불경에 갇혀 있던 것을 벗어나겠다는 의지도 담고 있다”며 “이미 20여 종을 더 번역 중이며 이 땅의 지식인들에게도 도움이 되는 총서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소명출판측은 “우선 책의 중요성을 살피고, 역자의 격은 물론 지질과 제본, 디자인과 인쇄의 품질까지도 세심한 신경을 기울이고 있다”고말했다.
/김철훈기자 c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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