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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2002년 월드컵과 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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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2002년 월드컵과 정치

입력
2001.12.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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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그대로 미리 보는 월드컵이었다. 선수들의 숨소리까지 관중석에 와 닿았다.지난 일요일 밤 서귀포 경기장 개장기념으로 열린 미국대표팀 초청 평가전은 이겨서만 뜻이 있는 행사는 아니었다.

월드컵 축구가 우리 국민의 마음과 행동을 어떻게 바꾸어 놓을 것인지를 가늠해보는 기회였다.

섬이 생긴 이래 사람들이 가장 많이 모였다는 우스개를 떠나서, 주민에게는 신선한 충격이었을 것이다.

승패는 선수들의 몫이지만, 월드컵의 충격을 창조와 생산의 에너지로 전환하는 것은 우리 국민의 일이다.

■2002년 월드컵을 새롭게 음미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를 중심으로 둘러볼 때, 내년 월드컵은 정말 흔치 않는 확률의 이상적 조합이다.

아시아에서 처음 열리는 대회를 한국과 일본이 공동 개최한다는 사실은 이제 대수롭지 않게 들릴지 모른다.

그러나 중국의 본선진출로 공동개최의 의미는 더욱 값지게 되었다. 인접한 동아시아 3국이 모두 출전하게 된 것은 여간 흥미로운 일이 아니다.

아마 이렇게 3국이 아시아에서 만나게 될 기회는 없을 것이다.

■따라서 내년 월드컵 축구는 유럽이나 남미에서 벌어지는 월드컵과는 다른 경기장 밖의 모습을 보여줄 것이다.

그것은 동아시아의 변화와 역동성이다. 특히 서울 인천 광주 제주로 몰려다니는 10만의 중국인파가 몰고 올 바람은 상상하기가 힘들다.

그 변화는 월드컵 이후로 계속 이어질 것이다. 우리 국민에게는 월드컵을 계기로 노출되는 동양3국 관계의 역동성을 보고 공부할 절호의 기회인 셈이고, 국가적 견지에서는 좀처럼 찾기 힘든 전략적 전환점이다.

■그런데 2002년 6월을 국내정치의 맥락에서 바라보면 기가 딱 막혀버린다.

바로 지방자치단체 선거기간이기 때문이다. 월드컵으로 세계가 달아오르고 아시아 3국이 그 중심에서있을 때, 우리 국민은 선거운동에 얼이 빠지고 월드컵이 제공하는 에너지를 얻을 수가 없게 된다. 선거일을 앞당기자는 논의가 있었지만 하루하루 전술에 골몰하던 정치권엔 흥미없는 소재였다.

임기의 변화가 있는 것도 아니고 선거를 얼마간 당기면 될 일인데도 말이다. 대통령과 야당지도자가 나라를 생각한다면 당장 의논해야 할 일이 아닌가.

/김수종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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