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인들이 주를 이루는 뉴 에이지 음반시장에 영국 출신의 한국인 피아니스트가 등장, 잔잔한 인기를 얻고 있다.올해 23세인 이루마. 영국 런던대 출신으로 올 초 ‘Love Scene’으로 데뷔했고 얼마 전 두번째 음반 ‘First Love’를 내놓았다.
종종 일본 사람으로 오해를 받기도 하는 그의 이름은 순 우리말인 ‘OO을 이루다’에서 따온 것이다.
이루마의 음악은 기존의 뉴 에이지 피아니스트들처럼 편안한 감상용이다. 하지만 느낌은 다르다. 배경 음악에 가까운 조지 윈스턴에 비하면 멜로디가 강하고, 깔끔하게 떨어지는 사사키 이사오의 연주에 비하면 흐르듯 연주한다.
한마디로 클래식 음악의 향취가 묻어난다. 클래식부터 시작했기 때문이다.
피아노는 다섯 살부터 배웠고, 열 한 살 때 아버지 사업 때문에 가족이 모두 영국으로 이민을 가면서 음악 영재학교인 퍼셀음악학교를 다녔다.
런던대에서는 작곡을 공부했고 첼로, 오보에 연주도 겸한다.
그가 피아노의 선율에 담아낸 것은 사랑이다. 1집이 헤어진 연인을 기다리는 마음이었다면, 이번에는 새로운 사랑을 기다리는 마음이다.
음반 속지에 곡마다 솔직한 심경을 달아놓았다. ‘5월이 오면 새로운 만남을 기대해봅니다. 그 옛날 그녀와 처음 만나던 때처럼 그날처럼’( ‘May Be’)
‘나를 지나치는 많은 사람들 속에 그녀가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늘은 혹시 만나지 않을까…’(‘Passing By’), 토니 베네트가 부른 ‘I Left My Heart in San Francisco’나 영화 주제곡 ‘Dream A Little Dream’도 사랑에 관한 감상으로 새롭게 연주했다.
한국 사람들이 좋아하는 따뜻한 정과 절대 서두르는 법이 없는 영국인들의 온화하고 은근한 매력이 녹아있는 듯하다.
앞으로는 건반 악기가 아닌 타악기로서의 피아노를 느끼게 할 수 있는 음악도 시도해볼 계획이다. 그 전에 지금 하고 있는 영화음악작업과 내년 1월 프랑스 미뎀에서 한국 대표로 서는 연주회, 영화음악 석사과정 입학 등의 바쁜 일정이 기다리고 있다.
/김지영기자 kimj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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