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오케스트라계가 지각변동을 일으키고 있다.유럽에서는 20, 30대 젊은 지휘자가 대거 등장해 새 바람을 일으키는가 하면 미국에서는 전통의 명문 오케스트라 ‘빅 5’(Big Five)가 비틀거리는 동안 서부의 로스엔젤레스 필과 샌프란시스코 심포니가 새 강자로 무섭게 떠오르고 있다.
뉴욕 필,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 보스턴 심포니, 클리블랜드 오케스트라, 시카고심포니 등 미국의 5대 교향악단은 예전의 활력을 잃어가고 있다.
더 이상 최고의 악단이 아니다. 음반 녹음 계약도 끊겼다. 이런 형편에 대해 최근 뉴욕타임스의 음악 담당 기자 마크 스웨드는 ‘빅 5’는 ‘올드5’(Old Five)라고 꼬집었다.
70대 고령의 쿠르트 마주어, 볼프강 자발리쉬, 크리스토프 폰 도흐나니가 각각 10년 이상 이끌어온 뉴욕 필,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 클리블랜드 오케스트라는 음악적 노쇠 현상을 보이고 있다.
시카고 심포니는 15년 만에 처음으로 적자를 냈으며 라디오 방송 협찬사도 못 구하고 있다. 보스턴 심포니의 명성은 오자와 세이지가 30년 가까이 이끄는 동안 눈에 띄게 추락했다.
반면 에사 페카 살로넨의 로스엔젤레스 필과 마이클 틸슨 토머스의 샌프란시스코 심포니는 최근 수년간 눈부신 약진을 보이며 가장 강력한 교향악단으로 떠올랐다.
빅 5가 음반 시장에서 장기침체를 면치 못하고 있는 틈을 비집고 이들은 베스트셀러 음반을 잇따라 내놓아 찬사를 받고 있다.
미국의 유명잡지 ‘배니티 페어’는 최근 미국을 대표하는 두 지휘자로 마주어와 자발리쉬가 아닌 살로넨과 토머스를 선택했다.
한편 대서양 건너 유럽은 젊은 지휘자 러쉬를 보이고 있다.
그 중 선두주자는 독일 브레멘의 도이체 캄머필을 맡고 있는 다니엘 하딩(26). 그는 로켓처럼 수직상승 중이다.
유명한 글라인드번 오페라 페스티벌의 새 음악감독 블라디미르 주롭스키(29), 독일 밤베르크 심포니 지휘자이며 내년 스위스 루체른 음악제에서 가장 두드러질 인물로 꼽히는 조너선 노트(36), 벨기에 국립교향악단의 음악감독으로 지명된 미코 프랑크(22), 스코티시 심포니의 지휘봉을 넘겨받은 일란 볼코프(25), 지난달 글라인드번에서 헨델의 오페라 ‘로델린다’로 열광적인 찬사를 받은 30대 프랑스 여성 지휘자 엠마뉘엘 하임….
연륜과 경험이 특히 중요한 오케스트라 지휘자로서는 풋내기 애송이에 가까운 젊은이들이 지휘대를 점령한 데 대해 우려의 눈길도 없지 않다.
그러나 이들의 젊음이 새 활력을 불어넣을 것은 분명해 보인다.
/오미환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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