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김대중 대통령은 노벨평화상 100주년 기념 심포지엄의 첫 번째 회의에서 '21세기를 평화의 시대로 만듭시다' 라는 제목으로 주제 연설을 했다.이 연설은 세계 평화와 번영에 적극 기여하는 국가로서의 우리나라 위상을 높인 계기였다.
한편으로는 9.11 미국테러사태 이후 국제 정세에 던지는 중요한 외교적 의미를 포함하고 있다.
첫째는 김 대통령이 9.11 테러사태 이후 전세계에 번지고 있는 불안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중요한 축을 제시했다는 점이다.
김 대통령은 정보화및 세계화가 '지식기반 경제'라는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준 반면, 그로 인한 빈부격차의 심화는 테러와 같은 암운을 인류에게 드리우고 있음을 지적하면서, 대 테러전쟁의 완전한 승리를 위해서는 테러의 야만성에 대한 철저한 응징과 동시에 이러한 야만성의 뿌리인 빈곤 문제 해결을 위해 전세계가 힘을 모아야 한다고 역설했다.
최근 아프가니스탄의 전황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돼 가면서 대 테러전쟁 논의는 아프가니스탄과 같은 '실패한 국가' 를 어떻게 다룰 것이냐는 문제로 압축돼 가고 있다.
우리 정부는 그간 유엔총회 의장 활동등을 통해 국제사회의 이러한 논의에 본격적으로 참여해 왔지만, 김 대통령은 연설에서 간결하고 대담하게 문제의 본질을 제시했다.
둘째는 테러 근절을 위한 국제적인 노력의 맥락에서 한반도 평화노력에 대한 주의를 환기했다는 점이다.
김 대통령은 한반도에서 지난 1년간 진행된 평화노력을 반 테러전쟁과 병치함으로써 한반도 평화 노력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였다.
많은 사람들이 최근 남북간 대화의 소강상태를 걱정하고, 일부에서는 대북 화해협력정책에 대한 회의론을 말하기도 하지만, 2년 전에 비해 한반도의 긴장이 현저히 완화된 것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며, 그러한 진전이 순수한 대화 노력에 의해 달성되었다는 점은 대 테러사태와 대비해 볼 때 새로운 의미를 갖는다.
더군다나, 북한이 여전히 테러지원국의 굴레를 벗지 못한 채 의혹의 눈초리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 김 대통령이 한반도 화해 노력의 의의를 부각시킨 것은 의미 심장한 일이다.
김 대통령이 연설에서 한반도 평화를 위한 움직임이 지속될 것임을 전세계에 천명한 것도 테러 정국에서 혹시 제기될지 모를 한반도 불안상황에 대한 세계의 우려를 씻어내는 데 크게 기여한 것으로 평가된다.
/최영진 외교통상부 외교정책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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