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탁구사의 ‘작은 거인’유남규(33ㆍ제주 삼다수 탁구단 코치)가 녹색테이블 앞에 다시 서는 모습을 곧 볼수 있을까.86아시안게임과 88올림픽 남자탁구 단식 금메달리스트 유남규는 14일 전북 익산체육관에서 열리는 제55회 전국남녀종합선수권대회 단체전에 출전신청을 했다. 하지만 이번 대회가 99년 태극마크를 반납하고 탁구대를 떠났던 유남규의 복귀무대가 될 가능성은 그다지 높지 않다. “가능성은 5% 정도”라는 게 본인의 얘기. 그럼에도 유남규의 현역 복귀설이 현실이 돼가는 과정임은 분명하다.
유남규가 코트에 복귀하기로 마음먹은 이유는 크게 두 가지. 탁구에 대한 그리움이 반이고, 오기가 반이다. 유남규는 “예전 코트에서 땀 흘리는 내 모습이 그리웠다”며 “11점제 시행으로 체력소모도 적어져 자신감을 갖게 됐다”고 설명했다. 최근 2년간 삼성생명과 유승민의 스카우트를 둘러싸고 불거졌던 탁구계의 내분도 그의 마음을 움직인 결정적인 이유다.
유남규는 “우리 팀의 해체를막기 위해서라도 내가 나서야겠다는 생각을 했다”는 현실적인 이유를 제시했다. 그는 “신생팀에서 후진 양성을 한다는 꿈에 부풀어 독일 진출도 접었는데 유승민의 삼성생명 입단으로 우리 팀이 존립 위기에 몰려 안타깝다”고 토로했다. “이번 대회에서 유승민과 상대하게 된다면 우리는 경기를 보이콧할것”이라는 그의 말에는 오기가 가득했다.
선수생활을 접은 지 2년이 넘었지만 요즘도 현역 선수들과 경기를 하면 막상막하다. 욕심을 충분히 낼 만하다. 그러나 유남규는 급하게 서두르지는 않고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제2의 현역생활을 시작할 계획임을 밝혔다.
“확실히 1등을 할 수 있을 때 라켓을 잡겠다. 2, 3등은 내겐 무의미하다.”현역 때부터 유명했던 승부욕은 2년간 전혀녹슬지 않았다. 유남규는 요즘 팀 코치, 대학 강사(성균관대 구기스포츠), 학업(경희대 대학원 박사과정), 방송인 등 ‘1인 다역’의 분주한 생활을하고 있다.
김정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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