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원주 구간, 원주~제천 구간, 제천~단양 구간, 단양~대구 구간의 모습이 서로 다르다. 강과 산과 호수와 들판으로 이어지는 여행이다.춘천에서 홍천까지는 홍천강, 횡성에서 원주까지는 섬강과 함께 한다.
두 강 모두 아름답기로 이야기하자면 어디에도 빠지지 않는 강. 지금은 시린 물만 흐른다. 조만간 얼음이 얼고 눈이 덮이면 더욱 장관일 터이다.
원주에서 제천까지는 산을 관통하는 구간이다. 길은 치악산 산정을 왼쪽으로 두고 남서쪽 능선을 타고 간다.
계속 터널과 교량이다. 과거 고속국도 아래쪽의 구불구불한 5번 국도를 달려본 경험이 있는 사람은 ‘상전벽해’를 실감하게 된다.
왼편 골짜기를 건너 중앙선 철도가 나란히 놓여있다. 열차와 함께 달리게 된다면 행운. 치악산휴게소까지 완만한 오르막이었다가 휴게소를 지나면서 내리막으로 바뀐다.
치악산 상행선 휴게소는 잘못 설계된 듯. 주차장에서 계단을 한참 올라야 휴게소 본 건물에 닿는다.
눈이 많은 산꼭대기 휴게소에 계단이라니. 자칫 미끄러지면 몸이 엉망이 되도록 굴러야 한다.
제천을 지나면 물냄새가 난다. 충주호의 끄트머리 두 곳을 지난다. 제천시 금성면지역과 단양군 적성면 지역이다.
길이 충주호를 멀리 우회하기 때문에 정면으로 호수를 만나지는 못하지만 이 두 곳에서 그 위용을 실감할 수 있다. 긴 가뭄에 물이 많이 빠진 충주호의 모습이 안쓰럽다.
죽령터널을 지나 경북지역으로 접어들면 황량한 겨울들판이다. 묶어놓은 볏단만이 논을 지킨다. 들판 끝 야산마다 이 지역의 상징인 옛 건물이 보인다.
아무 칠도 하지 않고 원색으로만 백여 년 버티고 있는 모습에서 길처럼 억센고집을 느낄 수 있다.
▽강원 중북부지역
사실 남쪽 주민들이 큰 마음을 먹어야 여행할 수 있는 곳이었다. 이제는 춘천, 홍천 더 나아가 화천, 양구 지역으로의 이동도 쉬워졌다.
특히 겨울풍경은 남쪽 지방과 크게 다르다. 두툼하게 행장을 준비한다면 이국적인 정취에 젖을 수 있다.
춘천 지역에서의 으뜸 볼거리는 역시 소양호. 고속도로 출발지인 춘천시 동내면에서 약 20분만 더 달리면 된다.
이제 20년(1973년 준공)이 다 되어가는 국내 최대의 인공호수를 보는 느낌이 만만치 않다.
겨울에도 물이 얼지 않는다. 대신 아침마다 물안개를 피워올려 주변의 나무에 하얀 상고대를 만들어낸다.
유람선을 타고 호수 위에서 맞는 상고대는 깊은 인상을 남긴다. 소양호관리사무소 (033)241-9251
소양호 주변의 명소로는 청평사를 꼽을 수 있다. 고려 광종(973년) 때 승현선사가지은 천년고찰이다.
소양호에서 배를 타고 들어가는 것이 일반적인 여행법. 9가지 소리를 내며 떨어진다는 구성폭포가 절 진입로 옆으로 떨어지고 절에는 보물 제164호인 회전문이 있다.
내친김에 청평사를 감싸고 있는 오봉산 등반도 계획해봄직하다.
홍천에서 발원해 청평으로 흘러드는 홍천강은 수도권 최고의 물놀이터. 이제는 남쪽주민에게도 문을 열었다.
상류 굴지리부터, 팔봉산, 밤골, 반곡, 통고리 등 유원지로 조성된 곳만 10여 곳이 넘는다. 탁해지지 않은 물과 풍부한 수중생물이 유혹적이다. 홍천군청 경제관광과 (033)430-2323
▽강원 남부지역
만종분기점과 신림IC는 강원도의 깊은 산 속으로 들어가는 입구. 특히 원주시이남의 영월군과 더 나아가 정선군, 태백시 등으로 이어지는 문이다. 강원도 산골의 아름다움과 만날 수 있다.
치악산은 원주지역의 진산. 주능선의 길이만 14㎞에 달하는 큰 산이다. 서울에서 특히 가까워 사시사철 등산객이 붐빈다.
구룡사, 입석사, 국향사, 영원사, 상원골 등이 등산의 기점이다. 5시간에서 길게는 13시간이 걸리는 산행이다. 관리사무소 (033)732-5231
원주와 조금 떨어진 곳의 영월과 만난다. 신림IC에서 빠져 88번 지방도로를 타면 쉽게 영월에 닿는다.
영월에는 그 유명한 동강만 있는 것이 아니다. 가장 먼저 만나는 것이 수주면의 주천강. 영월 서강의 상류이다.
주천강의 최상류에는 남한 5대 적멸보궁의 하나인 법흥사(033-373-8177)가 있다. 사자산의 위엄과 맞물려 엄숙한 분위기에 젖을 수 있다.
주천강의 바위 행렬인 요선암도 볼거리이다. 반질반질하게 물에 닦인 수백 개의 너럭바위가 강 속에 드리워져 있다.
수주면을 벗어나 영월읍에 가까워지면서 관광지가 본격적으로 열린다. 조선 단종의 유배지와 그의 무덤인 청령포(033-370-2620)와 장릉(370-2619), 거대한 바위를 도끼로 찍어 갈라놓은 것 같은 선돌 등이 기다린다.
▽충북 북동부지역
제천시와 단양군은 강과 호수의 고장. 남한강이 흘러들다가 충주댐에 막혀 충주호를 이루었다.
그러나 이곳은 충주호가 아니더라도 옛날부터 절경을 지니고 있었다. 호수 속에 수많은 명승을 가라앉혔지만 여전히 아름다움이 빼곡하다.
충주호를 굽어보는 언덕에 조성된 청풍문화재단지(043-640-6282)가 충주호에 얽힌 사연을 이야기한다.
물에 잠길 운명에 처해있던 건물과 문화재를 이 곳에 옮겨 놓았다. 모두 2,000점이 넘는다. 문화재단지에서 가장 높은 성곽에서의 조망이 탁월하다.
충주호의 푸른 물과 하얗게 물을 가르며 달리는 유람선의 모습을 볼 수 있다. 단지에서 약 6㎞ 떨어진 곳에 조성된 왕건 촬영장(043-640-6282)도 볼거리.
옛 고려의 송악(개성), 예성강, 벽란도 포구를 재현해 놓았다.
단양은 강물과 바위가 만들어 놓은 절경과 동굴이 유명한 곳. 남한강 물 위에 절묘하게 드리워진 도담삼봉을 비롯해 유명한 단양팔경이 숨쉬고 있다.
고수동굴, 노동동굴, 온달동굴, 천동동굴 등 동굴 밀집지역이기도 하다. 대부분의 산이 석회암으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이다.
특히 종유석이나 석순의 모습이 웅장하다. 단양관광안내소 (043)422-1146
▽경북 중부ㆍ동부지역
영주, 예천, 안동으로 이어지는 유교문화권이 활짝 열렸다. 문화답사를 위한 행렬이 줄을 이를 듯. 영주의 소수서원, 안동의 도산서원 등 서원만 해도 열손가락이 모자랄 정도이다.
이곳에는 유교 뿐 아니라 불교문화도 만만치 않다. 대표적인 사찰이 부석사(054-633-3464). 신라 문무왕 16년(676년) 해동 화엄종의 종조인 의상대사가 창건했다.
9개의 국보와 보물이숨쉬는 위엄있는 고찰이다. 소백산 기슭 해발 850m 높이에 있는 희방사(054-638-2400)도 명찰이다.
신라 선덕여왕 12년(643년)에 두운대사가 세웠다. 절 바로 아래 높이 28m의 희방폭포가 떨어진다.
과거 교통의 오지로 여겨졌던 경북 동부지역이 가까워졌다. 봉화, 청송, 울진, 영덕군이다. 봉화군의 절경은 청량산(054-672-4994).
울퉁불퉁한 바위산으로 영남의 산꾼들에게 특히 사랑을 받아온 산이다. 산을 감돌아나가는 명호강(낙동강 상류)과 병풍 같은 바위 봉우리 아래 또아리를 튼 청량사 등이 특히 아름답다.
청송군의 진산인 주왕산(054-873-0014)도 행락객이 늘 전망이다. 청량산과 마찬가지로 바위봉우리산이다. 등산로를 따라 펼쳐져 있는 3개의 폭포가 유명하다.
울진(군청 문화관광과 054-785-6393)과 영덕군(군청 문화관광과054-730-6396)은 아직 때묻지 않은 해변을 간직한 곳.
8㎞의 모래밭이 이어진 고래불해수욕장을 비롯해 10여 개의 크고 작은 해변이 펼쳐져있다. 이 두 지역은 대게의 본고장. 지금이 제철이다.
/권오현기자 koh@hk.co.kr
■개통의미
현재 경북 풍기와 충북 단양 사이의 죽령(소백산)터널을 마무리하는 중이다.
죽령은 그동안 영남과 중부권의 관문이기도 했지만 죽령 고갯길(5번 국도)은 너무나 힘든 구간이었다.
왕복 2차선길에 저속차선도 없다. 거북이 걸음을 하는 화물차가 많아 고개를 넘자면 그냥 서있는 시간이 더 많을 정도였다.
14일 도로가 열리면 이 고갯길은 옛길이 된다. 강원도의 북쪽 춘천시에서 영남의 중심 대구(남대구)까지 한달음에 달려갈 수 있다.
춘천시민이 아침 일찍 부지런을 떤다면 부산 해운대에서 점심식사로 생선회를 먹을 수 있을 정도이다.
영남지방의 주민들도 마찬가지. 아침 일찍 서두르면 점심에는 소양호에서 배를 탈 수 있다.
중앙고속국도 개통의 가장 큰 의미는 유교와 불교문화가 살아 숨쉬고 있는 경북동북부 지역이 크게 열렸다는 것.
영주, 예천, 안동, 의성 등에는 고찰과 고택이 즐비하다. 또한 여행자의 ‘그림의 떡’이었던 경북 동해안도 접근이 용이해졌다.
아름다운 풍광을 간직하고 있는 울진, 영덕 등이 수혜지역이다. 고속국도와 동해안 사이에 펼쳐진 아름다운 산들도 지나칠 수 없다.
소백산을 비롯해 봉화의 청량산, 청송의 주왕산 등도 훨씬 가깝게 다가간다. 충주호를 주변으로 한 충북의 단양, 제천 그리고 춘천, 영월 등 강원도의 명소도 남쪽 지방 사람들에게 새로운 모습을 보일 수 있다.
■새 도로 운전시 주의할 점
길이 좋다. 노면도 최상급이지만 거의 직선이다. 화물차의 소통을 원활하게 하기위해 언덕 구간도 거의 없이 길을 닦았다.
대부분의 신설구간에는 속도 측정 카메라를 아직 설치하지 못했다. 그래서 마구 달린다. 마치 엔진 테스트를 하는 것 같다.
그러나 그것이 함정. 고정식 속도 측정 카메라 대신 곳곳에 경찰이 운반하는 이동식카메라가 설치돼 있다.
고정식은 몇백 m 앞에 경고문이 부착돼 있지만 이동식은 거의 몰래카메라. 어마어마한 벌금을 내고 치명적인 벌점을 받을 수있다.
상책은 속도를 줄이는 것. 여행길에서까지 목숨걸고 과속을 할 필요가 있겠는가.
직선 도로를 닦으려면 산과 언덕을 우회하지 않고 뚫어야 한다. 그래서 터널이 많다.
세 고속국도가 모두 북과 남을 연결하기 때문에 낮에 하행선을 탄다면 선글라스가 필수. 그러나 터널 내의 조명이 어두워 선글라스를 끼면 위험하다.
단순한 선글라스라면 이마 위로 쓱 올리면 되겠지만 시력 보정용 선글라스는 안경을 바꿔 껴야 하는 불편이 따른다.
그것이 귀찮아 그냥 터널 속에 들어갔다가는 어둠 속에서 안경으로 바꾸지도 못하고 식은 땀을 흘려야 한다.
터널 표지를 보고 미리 안경으로 바꾸던가, 안경 위만 살짝 덮었다 다시 열 수 있는 선글라스를 마련하는 게 상책이다.
원래 고속국도 휴게소는 30~50㎞ 간격으로 있다. 그러나 신설 고속국도에는 그렇지 않다. 영업을 하고 있는 곳도 있지만 터만 닦아놓고 아직 공사를 하지 않은 곳도 많다.
길게는 100㎞ 이상의 구간에서도 휴게소를 만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준비의 우선순위는 연료, 용변, 식사의 순. 출발할 때 휴게소 정보를 미리 알고 준비해야 한다.
장시간 도로 주행에서 올 수 있는 것은 졸음과 정신이 몽롱한 상태. 특히 길이 좋고 안락한 차를 타면 더욱 심하다. 개인마다 다르겠지만 자주 정적을 깨는 것이 방법이다.
한강 이남의 도로라고 해서 눈 걱정을 하지 않으면 오산이다.
특히 대진고속국도의 무주~산청 구간과 중앙고속국도 춘천-횡성 구간은 무지막지한 눈구간이다. 월동장구를 필수적으로 챙겨야 낭패를 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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