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시장과 비교할 때, 국내 은행주는 현저하게 저평가돼왔다. 1960~70년대 경제성장 과정에서발생한 기업들의 무리한 차입경영이 은행 부담으로 누적돼 왔고 97년 외환위기 이후 부실채권이 급증, 은행들의 발목을 잡았기 때문이다.99년 대우사태,최근의 하이닉스 문제에 이르기까지 은행들은 급속한 경제발전에 따르는 혹독한 수업료를 치렀다. 2001년은 설움받던 은행주 전반에 지각변동이 가시화한해이며 통합 국민은행이 그 물꼬를 텄다.
■세계 60위권의 한국 리딩뱅크로 우뚝
산적한 잠재부실로 인해 은행주는 지금도 대표적인 저가 대중주로 꼽힌다. 그러나 국민은행은 대중주로불리기에는 민망한 위치까지 와 있다. 거래소 시가총액 4~5위를 다투고 있고 주가는 4만원대에 안착했다.
1대1로 교환된 합병 전 주택은행 주가가올 초 2만9,000원이었으니 주가는 올 한해 약 57% 상승했다. 국민은행의 탄생은 큰 은행이 등장했다는 의미를 넘어 은행주 전반을 한 단계끌어올리는 역할을 하고 있다.
대신증권 한정태 선임연구원은 “엇비슷한 은행들끼리 조금씩 나눠먹던 시장에서 메가뱅크가 솟아오르면서지각변동이 촉발됐다”며 “다른 은행들도 생존차원에서 합병 및 대형화로 가야만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교보증권 성병수 책임연구원은 “주요 시중은행들이누적돼 왔던 잠재부실을 올해 상당부분 털어냈다는 것도 의미있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합병효과 실적연결 기대
국민은행 주가는 11월9일 기준가 3만3,800원에 신규 상장돼 첫날 4만3,200원까지 급등하는등 합병을 전후해 큰 폭으로 뛴 후 무난한 주가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시장지배력 강화 등 합병으로 인한 시너지 효과는 가시화하지 않았다.
내년 1분기 이후 합병 이후 실적이 나오면서 상승 탄력을 보일 가능성이 높다. 성병수 연구원은 “국민은행이 강점을 보유한 국내 소매금융 시장은선진국에 비해 GDP 대비 5분의 1에 불과해 향후 성장성이 크다”며 “중장기적으로 꾸준한 상승기조가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지난 9월 지수 폭락기에 5,000억원을 과감히 증시에 투입, 1,000억원 이상 수익을 낸 김정태은행장의 뛰어난 감각도 플러스 요인이라는 것이 증권가의 평가다.
진성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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