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적 채색화의 지평을 넓혀온 작고ㆍ현역 작가 6명의 작품세계를 조명하는 전시회가 열린다.서울 종로구 평창동 가나아트센터(02-720-1020)는 14일~내년 1월 27일 ‘채색의 숨결-그 아름다움과 힘’전을 연다.
참여작가는 박생광(1904~85), 박래현(1920~76), 천경자(77), 이화자(58), 정종미(44), 김선두(43) 등 20세기 한국 채색화 분야에서 이미 화업(畵業)을 이뤘거나 지금도 끊임없이 실험을 거듭하는 작가들이다.
우선 박생광은 70세가 넘은1980년대에 본격적인 채색화 작업에 뛰어들어 미술사를 다시 쓰게 만든 작가다.
일본 신미술가협회 등을 통해 기하학적 추상, 초현실주의 등 서양화풍에 천착하다가 80년대 들어 화풍의 혁신을 일궈냈다.
‘반가사유상’(81년 작) ‘명성황후’(83년) ‘전봉준(85년)’ 등 강렬한 색채대비와 장식적인 화면 구성으로 ‘박생광표’ 꼬리표가 붙는 대표작이 이때 쏟아져 나왔다.
전시작인 수묵채색화 ‘옛’(83년 작)에서 보여지듯 그의 그림은 형상을 세밀히 묘사하는 대신 특정 부분을 강조하고 윤곽선은 묵직하게 표현함으로써 작품의 중량감을 두드러지게 하는 것이 특징이다.
전시작은 ‘청담스님’ ‘토함산 해돋이’ 등 20여 점.
고 운보 김기창 화백의 부인인 박래현은 50, 60년대 채색화 분야에서 가장 왕성한 실험을 한 작가다.
1943년 조선미술전람회에서 여인상 ‘화장’으로 총독상을 받은 그는 56년 대한미협전과 국전에서 대통령상을 연거푸 두 번이나 수상함으로써 채색화의 독보적 존재가 됐다.
10여 점을 선보이는 이번 전시회에서는 차가운 느낌의 무채색을 평면적으로 결합(50년 작 ‘고양이’)하거나, 단순화한 선묘(線描)로 추상의 세계에 몰입(60년 작 ‘정물’)한 작가의 후반기 작업을 집중적으로 살필 수 있다.
천경자씨는 다소 퇴폐적인 분위기의 여인과 꽃을 소재로 삼아 전통채색 양식에서 과감히 탈피했고, 이화자씨는 단청의 성분을 과학적으로 분석해 채색화의 현대화에 기여했다.
특히 이씨의 98년 작 ‘저녁무렵’에서는 그가 사천왕상에서 발견해낸 완벽한 조형성이란 게 어떤 것인지 느낄 수 있다.
젊은 작가로는 올해 이중섭 미술상수상작가인 정종미씨와, 영화 ‘장승업’의 대필화가로 알려진 김선두씨가 출품했다.
두 사람모두 장지 위에 엷은 안료를 아교와 섞어 채색작업을 함으로써 전통채색의 세계를 더욱 집중적으로 파고든 작가다.
정씨는 사물의 형체를 지움으로써,김씨는 화면을 가위로 오려냄으로써 새로운 형식의 채색화 세계를 가꿔가고 있다.
전시를 기획한 김미라 가나아트센터 기획연구원은 “채색화는 수묵화와 함께 한국 전통회화의 적자(嫡子)”라며“참여작가들은 전통채색화를 독자적인 미감으로 계승했다는 점에서 지속적인 평가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박생광 작 ‘옛’(가로ㆍ세로 136.5㎝, 1983년).
/김관명기자kimkwm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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