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3년 중앙정보부에서 간첩혐의로 조사를 받던 중 숨진 서울대 법대 최종길(崔鍾吉ㆍ당시 42세) 교수는 중정 건물 7층에서 수사관들에 의해 떠밀려 타살된 것으로 밝혀졌다.대통령 소속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위원장 양승규ㆍ梁承圭)는 10일 기자회견을 갖고 최 교수 의문사에 대한 조사 과정에서 당시 중정 간부로부터 이 같은 진술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진상규명위는 사고 당시 중정 건물 7층에 있던 중정 간부 A씨에 대해 지난 주참고인 조사를 한 결과 “함께 근무하던 부하직원 B씨로부터 ‘최교수를 조사하던 차모씨 등 수사관들이 최 교수를 7층 옥외비상계단에서 밖으로 밀어버렸다’고 말했다”는 진술을 받아냈다고 밝혔다.
진상규명위는 또 “최 교수 사망 당일현장검증에 중정 수사관들이 한 명도 참석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 현장검증조서도 완전히 조작됐다는 사실도 밝혀졌다”고 덧붙였다.
진상규명위는 “A씨의 진술로 미뤄 당시 수사관들이 최 교수를 조사하다 고문 등으로 심각한 상황에 이르자 자살로 은폐하기 위해 건물 밖으로 내던진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최 교수 타살 및 조직적인 은폐 의혹 등을 조사하기 위해 당시 지휘계통에 있던 김치열(金致烈) 차장과 이후락(李厚洛) 부장 등 중정 고위 간부에 대한 소환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관련, 위원회는 지난 주 이들에 대해 소환장을 발부했으나 가족들이 “당사자가 치매를 앓고 있어 출두가 불가능하다”는 답변을 보내온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위원회는 이 달 말 최 교수 사건에 대한 조사를 마무리하고 다음달 초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에게 조사 내용을 보고할 예정이다.
정영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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