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이럴까. 조용하다. 기가 죽은 것일까. 아니면 자신이 없어진 것일까.심형래(43)는 변했다. 흥분하거나, 떠벌리지도 않았다. 투자설명회나 제작발표회도 없었다. 극도로 말을 아꼈다.
물어보기 전에 먼저 자랑하던, ‘용가리’때 와는 달라도 너무 달았다. 전남 보성 낙안 마을에서 이미 ‘드래곤 워즈’ 1차분 국내 실사 촬영을 마쳤다.
‘드래곤 워즈’의 제작비, 기술, 수출 가능성 등을 물어보자 “나중에”라고만 말하고 입을 닫았다.
“미리 얘기해 봐야 하나도 도움이 안 된다. 애정 보다는 무시와 폄하와 아직도 나에 대한 비웃음만 커질 뿐”이라고 잘라 말하는 그의 눈빛이 섬뜩했다.
그리고는 2년 동안 칼을 갈고 준비해온 ‘드래곤 워즈’에 나올 캐릭터들, 컴퓨터 그래픽, 미니어처, 세트 등을 보여주었다.
달라진 심형래 만큼 다른 모습이었다. 이제는 일부러 어두컴컴한 밤에만 싸울 필요 없을 만큼 정교해진 3차원 컴퓨터 그래픽과 실사와의 합성, 고색창연한 모습을 위해 5개월 전에 미리 만들어 색깔이 바래기를 기다리는 조선시대 가옥들(미니어처), 50여벌의 갑옷과 투구들, 헬기를 비롯한 각종 무기들.
마침 투자와 배급 상담차 들른 미국 ‘시네마3 엔터테인먼트’의 매니저 유예(중국계)와 IMM창업투자 안계환 부사장이 그것들을 보고 “아주 인상적” “대단하다”를 연발했다.
심형래의 말처럼 정말 “비주얼은 ‘용가리’가 1 MD램이라면 ‘드래곤 워즈’는 그 100배”는 될 것 같았다.
그를 두고 밖에서 이런저런 말을 할 때, 그는 칼을 갈았다.
“ 상상하는 모든 그림이 다 된다. 다 ‘용가리’ 덕분이다. 비록 미국 극장개봉은 못했지만, 메이저 작품들과 당당히 겨뤄 비디오 대여시장에서 3주 연속 1위를 한 것, 일본 250개 극장에 개봉한 것도 대단한 성과다.”
문제는 스토리. 외국 투자자들도 그것을 걱정했다. 심형래 역시 잘 알고 있고,‘용가리’에서 뼈아프게 느낀 부분이었다.
‘드래곤 워즈’는 이무기 전설이 토대다. 1000년 묵은 사악한 이무기. 용이 되기 위해 여의주를 품고 태어난 여인.
그 여인을 두고 벌어지는 무시무시한 대결. 영화는 조선시대와 현재 미국이란 500년의 시공간을 넘나든다.
“이무기가 용이 되는 과정을 그냥 보여주면 ‘전설의 고향’ 이다. 흥미진진한 SF적 요소를 넣었다. 전개도 빠르다. 이를 위해 작가 6명이 공동작업을 하고, 그것을 다시 미국 작가 두 명이 손질한다.”
미국 배우에, 대사도 영어다. 심형래는 한달 후 데모필름을 전세계 인터넷에 띄우는 것 말고는 그전에 어떤 자랑도 하지 않기로 했다.
특히 국내에서는. 돌아오는 것은 용기와 격려가 아니라 욕 뿐이기 때문이다. 시사회도 미국에서 월드 프리미어로 갖기로 했다.
그의 공장(영구문화아트)에는 ‘목표달성 10억 달러’란 표어가 곳곳에 붙어있다. “지금은 웃어라. 반드시 놀라게 해 줄 것이다.”
어쩌면 지금 심형래는 이무기의 심정인지도 모른다. 승천하기 위해 이를 악물고 ‘여의주’를 깎고 있는.
‘드래곤워즈’는 내년 7월이면 완성된다.
이대현기자
leed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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