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업을 성장속도가 더딘 굴뚝산업 정도로만 치부하는 것은, 적어도 휴맥스(대표 변대규)에게는 언짢은소리다. 디지털 셋톱박스(디지털방송수신기) 제조업체인 휴맥스는 1997년 이후 매출액 증가율이 99%→91%→164%(2000년), 순이익 증가율은320%→829%→258%(2000년)로 매년 100% 이상의 고속 성장을 기록했다.‘셋톱박스 팔아서 얼마나 남겠어’라는 말도 기분나쁘기는 마찬가지. 휴맥스의 올 3ㆍ4분기 누적 매출액은1,983억원. 이중 영업이익으로 684억원을 벌어 영업이익률이 무려 34%에 이른다.
기술력 높은 제조업체 정도였던 휴맥스는 올 해 코스닥시장의 삼성전자로 떠올랐고 지난해를 1만500원으로마감한 주가는 10일 현재 3만2,000원(205%↑)까지 치솟았다.
■기술력 앞세워 유럽시장 석권
휴맥스의 높은 수익성과 성장성을 가능케 한 것은 세계적 수준의 기술력이다. 직원의 절반 가량이 연구개발인력이며 고부가가치 기술인 CAS(수신제한장치)를 96년 아시아 최초로 개발했다. 이 회사는 현재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8개의 CAS 기술 중 6개나보유하고 있다.
디지털 셋톱박스는 크게 소매시장(시청자가 직접 셋톱박스를 구입하는 형태) 중심의 유럽과 방송사직구매시장(방송사가셋톱박스를 대량 구입, 시청자에게 제공하는 형태) 중심의 북미가 주요 수요처다. 이미 유럽시장 점유율은 1위다.
현대증권 권성률 연구원은 “지난해까지 휴맥스가 주목을 받지 못한 것은 8대2로 작은 소매시장에 치중한탓”이라며 “올 들어 덴마크(2,000만달러), 중동(2억달러), 미국(2,000만달러) 등 잇따라 방송사 시장에 진출하면서 성장성이 크게 부각됐다”고말했다.
굿모닝증권 전상용 수석연구원은 ▦유럽시장 1위라는 브랜드 인지도 ▦세계 셋톱박스 업체 중 영업이익률1위 ▦다품종 맞춤생산이 가능한 시장적응력 등을 휴맥스의 장점으로 꼽으며 “이런 장점들이 부각되며 외국인 투자가(지분율:지난해말 27%→현재50%)를 중심으로 독보적인 지위를 굳혔다”고 평가했다.
■교두보 마련한 미국시장 확대 과제
휴맥스는 9월 미국 디렉TV사에 2,000만달러 규모의 디지털 셋톱박스 공급 계약을 체결, 최대시장인북미시장 진출의 교두보를 마련한 상태. 최근 연일 신고가를 갱신하고 있는 휴맥스가 한 단계 뛰어오르기 위해서는 미국시장 안착이 필수적이다.
전상용연구원은 “액면가 500원을 고려하면 많이 오른 편이어서 3만4,000원 선에서 상승이 제한될 가능성이 높다”며 “미국시장 성공 판단 여부가 새로운모멘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진성훈기자
bluej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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