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스크린 파일 / 예수영화에 대한 두 시선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스크린 파일 / 예수영화에 대한 두 시선

입력
2001.12.11 00:00
0 0

“영상물등급위는 특정 영화에 대해 등급 심의를 거부할 권리를 갖고 있지 않다. 그러나 더욱 이해하기 어려운 것은 파졸리니의 ‘마태복음’과 스콜세지의 ‘예수의 마지막 유혹’을 바라보는 시각의 차이다.”영상물등급위원회 등급분류위원이자 영화평론가인 전찬일씨는 “나는 비교적 독실한 크리스천”이라고 전제한 뒤 이렇게 의견을 털어 놓았다.

십자가에 매달린 예수가 악마의 유혹에 빠져 인간으로서 삶을 살아가는 내용이 포함된 ‘예수의 마지막 유혹’.

한국기독교총연합회는 영상물등급위가 ‘18세 관람가’를 부여한 것을 두고 비난 성명을 발표했고, 상영저지운동을 펼치겠다고 밝혔다 (그 결과인지는 몰라도 개봉이 14일에서 1월로 연기 됐다).

영상물등급위에 대한 비난은 사실 ‘절차’에 어긋나는 것이다. 이제 어떠한 영화에 대해서도 ‘등급 보류’를 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논쟁적인 영화와 관련, 더 재미있는 일은 따로 있다. 연초 피에르 파울로 파졸리니(1922~1975)의 영화 ‘마태복음’은 스카라극장에서 기독교인들의 단체관람이 이어지며 성황리에 상영됐다.

‘마태복음’은 처녀의 몸으로 임신한 마리아를 의심하는 요셉으로 시작해 프롤레타리아의 삶을 살아가는 예수, ‘평화가 아니라 칼을 주러 온’ 예수의 일생을 그리고 있는 작품.

다큐 형식의 흑백영화로 성서의 내러티브를 따르고 있다. 어머니를 위해 만들었다는 이 영화는 파졸리니의 말처럼 “외면상 가톨릭적이지만 내적으로는 나 자신과 매우 유사한” 영화다.

평론가들은 막시스트이며 무신론자였던 파졸리니의 특성이 곳곳에 잘 드러난다고 평한다.

평론가 데이비드 보드웰은 ‘우화를 통한 정치적 강령을 내세우는 감독’으로 파졸리니를 꼽았는데, ‘마태복음’ ‘메데아(1970)’ 등이 그 대표적인 작품이라고 했다.

한 때 신부가 되려고 했던 마틴 스콜세지의 ‘예수의 마지막 유혹’이 기독교인들로부터 돌팔매질을 당하는 것은 특히 ‘예수의 성애’ 장면 때문이다.

그러나 천주교와 마피아가 공존하는 리틀 이탈리아 출신인 감독은 언제나 세속의 언어로 진짜 인간의 길에 대해 모색해 왔다.

‘치밀하게 이단적인 영화’와 ‘형식 논리로 이단적인 영화’. 어떤 것이 더 논쟁적일까.

그리고 대체 ‘이단’을 가르는 기준은 무엇일까. 대부분의 신자들은 ‘마태복음’이나‘예수의 마지막 유혹’ 모두를 그저 ‘기독교소재의 영화’로 즐기고 싶은 것은 아닐까.

파졸리니와 스콜세지의 역전된 상황은 많은 의문을 제기한다.

박은주기자

jup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