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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폐교 위기의 조총련 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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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폐교 위기의 조총련 학교

입력
2001.12.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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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총련계 금융기관 부실 파동이 조총련계 학교 존립위기로 비화한 것은 크게 우려할 사태다.일본 신문 보도에 따르면 조총련계 각급학교 운영 재단인 조선학원이 일본 각지의 조선학교땅과 건물을 담보로 200억엔 가까운 돈을 빌려 썼는데, 이중 90억엔 정도가 근래 파산한 조총련계 신용협동조합 조긴(朝銀)이 채권자로 돼 있어 경매처분이 불가피해졌다는 것이다.

채권자들이 권리를 행사하면 근저당으로 설정된 학교들의 땅과 건물을 빼앗기지 않을 수 없게 될 것이다.

그러면 조총련계 재일동포 교육의 요람인 많은 조총련계 학교가 문을 닫을 위기에 몰리게 된다.

한 두 학교도 아니고 대다수 학교들이 일시에 존폐의 기로에 서게 되는 것은 이만저만 중대한 일이 아니다.

역사적으로 특수한사정이 있는 한반도와의 관계 전체에서 보아도 일본이 한국인의 민족교육을 부정하고 말살하는 폭거와 다를 바 없다.

경제의 논리로 보면 채권의 엄혹성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일본정부의 공적자금을 빌려 쓰고도 기사회생하지 못하고 도산한 조긴 계열 신용조합이 많고, 조총련으로의 자금 유출, 이사장 등 중요 간부들의 횡령 혐의 등이 드러난 이상 조총련은 도덕적인 핸디캡을 극복하기 어렵게 됐다.

그러나 일본 정부가 전례 없이 수백명의 경찰 기동대를 동원한 가운데 조총련 본부를 압수수색하고, 전국 조총련계 금융기관의 경영부실을 문제 삼은 것은 정치적 목적에 따른 것이란 비난을 면하지 못할 요인이다.

도쿄에 있는 조총련 본부는 북한의 대사관이나 다름 없는 곳이다.

일본은 북한과 국교가 없어 이곳을 외교 교섭의 창구로 활용하고 있으며, 조총련계 동포와 북한에 드나드는 일본인들의 영사업무도 이곳에서 이뤄진다.

단순한 경제사건을 빌미로 전례 없이 강압적인 조치를 취한 것은 누구의 눈에도 의심을 사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하물며 민족교육 말살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채권행사는 말할 나위도 없다.

우리는 지난 날 조총련계 학교들이 정치 이데올로기에 오염된 편향된 교육을 시켜온 것을 기억하고 있다.

그러나 그것도 한 민족의 자치권이므로 존중 받아야 한다. 민단계 학교가 몇 개 되지 않은 현실을 생각하면 조총련계 학교의 위기는 더욱 가슴 아픈 일이다.

9ㆍ11 테러사건을 계기로 미국이 조총련 자금의 대북송금 가능성을 문제삼은 것이 아니냐는 배경도 납득하지 못할 일은 아니다.

그러나 북일 관계 냉각이 일본에 더 큰 손실이라는 우려에 유의해야 마땅하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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