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릉까지 도굴되었다니 문화국가의 위상이 땅에 떨어진 느낌이다.전국에 가득한 우리의 문화유산은 이 땅에서 수천년을 살아온 선조들의 흔적들이다.
문헌사료가 숱한 전란에 소실된 까닭에 역사연구에 매장문화재는 필수 자료이다. 하지만 못난 후손들 때문에 이 귀중한 문화유산이 훼손된대서야 말이나 될 법한가.
지난 10월에 공양왕릉(국가사적 제 191호)이 도굴 당했다는 보도는 문화재 관리가 얼마나 허술한지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마치 아프가니스탄의 이슬람 과격 근본주의자들이 올 봄에 자행한 바미안 석불 등 문화재 파괴 행위가 이 땅에서 재현된 듯하다.
21세기, 왕릉까지 도굴되는 처지에 문화민족이란 말이 낯 뜨겁다.
매장 문화재 도굴 피해의 심각성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도굴방식도 다양하다.
제사를 위장해서 공양왕릉을 도굴했듯이, 대낮에 버젓이 정식 발굴처럼 유적지를 파헤치는 사례도 있다고 한다.
도굴을 막는 최선의 방법은 도굴품 거래를 차단하는 것이다. 그러나 소장가들과 은밀한 거래가 끊어지지 않고, 심지어 공공박물관에서 조차 사들인다는 풍문이니 사실이라면 공공기관이 도굴을 조장하는 격이다.
문화재청은 단속직원이 2명에 불과하다는 변명만 내세우지 말고 예산과 인원을 확충해서 문화유산 보호를 위한 근본대책을 세워야 한다.
그리고 이번 기회에 도굴의 실상을 일반에게 적극 알리는 국민운동을 펼칠 필요가 있다.
매장문화재의 보호는 문화재 당국만의 책임은 아닐 것이다. 사법기관도 관심을 가져야 할 사안이다.
검찰에도 전문성 있는 문화재 전담검사제가 있다면 문화재사범 수사가 훨씬 용이하리라 본다.
도굴 하수인에서 장물아비와 매입자 및 국외 유출범의 일망타진에는 사명감을 가진 수사관의 존재도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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