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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각 탄핵정국, 예산안 눈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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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각 탄핵정국, 예산안 눈치

입력
2001.12.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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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승남(愼承男) 검찰총장 탄핵안 무산을 놓고 한나라당은 9일 민주당 지도부 문책, 신 총장의 해임, 대통령의 사과 등을 요구하고 나섰다. 민주당과 자민련의 투표 불참 및 감표 불응 탓에 탄핵안이 ‘비정상적으로’ 무산된 만큼 책임을 져야 주장이다.그러나 이 같은 대치 정국이 그리 길게 갈 것 같지는 않다. 법정 시한을 넘겨버린 새해 예산안이 여야 모두의 부담으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아직까지는 “이런 상태에서 어떻게 (새해 예산안 심의 등을 위한) 여야 접촉이 가능하겠느냐”는 격앙된 분위기가 강하지만 한나라당으로서도 마냥 민생에 등을 돌리고 있을 수는 없다.

민주당은 일단 한나라당의 비난에는 적극적인 대응을 삼가고 있다. 대신 “이제는 새해예산 등 민생을 살펴야 한다”는 우회 전략으로 은근히 한나라당을 압박할 태세다.

냉각국면은 주초를 넘기면서 조금씩 풀려나갈 것으로 점쳐진다. 비공식적이긴 하지만 이미 ‘18일 임시국회 소집’을 제안한 민주당이 적절한 수준의 유감표명을 하면서 총무접촉 등을 제의할 가능성이 크다. 한나라당의 한 핵심 당직자도 “어찌 됐든 탄핵정국은 끝났다.

새해예산 등 민생과 정치현안은 분리한다는 것이 우리 당의 일관된 방침”이라고 말했다.

최성욱기자

feelchoi@hk.co.kr

■민주당

민주당은 1주일 정도 소강상태를 가진 뒤 내주 초부터 예산안 통과를 위한 임시국회를 소집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상수(李相洙) 총무는 9일 “금주 중 예산안 계수조정소위를 가동하고 내주에 임시국회를 열면 된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한나라당의 격앙된 태도가 내부 단속과 외부 시선을 의식한 계산된 것이라고 판단, 무대응ㆍ무시 전략을 취하기로 했다. 이낙연(李洛淵) 대변인은 이날 한나라당의 여당 지도부 사퇴 요구 등 거친 공세에 대해 “논평하지 않겠다”며 확전을 피했다.

민주당은 자민련과의 연대를 모색하고 대여론 홍보전도 강화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한광옥(韓光玉) 대표는 8일 오후 김종필(金鍾泌) 자민련 총재에게 전화를 걸어 탄핵안 처리에서 공동보조를 취해준 데 사의를 표하고 가까운 시일 안에 자리를 함께 하길 희망했다.

이 대변인은 논평에서 “이제라도 국민 생활과 내년 예산을 챙겨 국민에게 작은 위안이라도 주자”며 야당의 협조를 촉구했다.

/신효섭기자

hsshin@hk.co.kr

■한나라당

한나라당은 성명을 통해 “실질적으로 탄핵안은 가결됐다”고 선언하며 “헌정 유린행위에 대해 민주당과 자민련은 준엄한 심판을 받을 것”이라고 공격했다. 또 민주당의 참관인 거부를 “의도된 개표 방해작전”이라고 주장하며, 대통령에게 신총장의 해임을 요구했다.

이회창(李會昌) 총재는 8일 탄핵안 처리 무산 직후 “투표는 가결된 것과 같다”며 “국민의 소리에 검찰총장이나 정부는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점잖게 말했으나 지도부의 반응은 훨씬 격했다. 이재오(李在五) 총무는 “민주당이 검찰의 하수인으로 전락했다”면서 “대한민국의 검찰총장이 투표함 속에 갇혀있다”고 비꼬았다.

권철현(權哲賢) 대변인은 성명에서 “신 총장은 민주당의 검찰총장이지 국민의 검찰총장이 아니다”라고 규정했다. 자민련에 대해선 “JP가 ‘서산을 벌겋게 물들이겠다’고 했지만 국민의 가슴만 시뻘건 멍이 들게 만들었다”(장광근 수석부대변인) 등의 극언을 퍼부었다.

/이태희기자

taeheelee@hk.co.kr

■자민련

자민련 정진석(鄭鎭碩) 대변인은 한나라당과 이회창 총재를 격하게 성토하는 성명만 3개나 발표했다. 이중에는 김종필(金鍾泌) 총재를 ‘변절자’‘배신자’라고 비난한 데 대해 “공식 사과하지않을 경우 묵과하지 않겠다”는 사실상의 선전포고까지 있었다.

당내에서는 이미 “한ㆍ자 공조는 물 건너 갔고 이제는 충청권을 둘러싼 양당의 사활을 건 싸움만 남았다”는 얘기가 무성하다. 한 당직자는 “한나라당이 과반수에 필요한 1석을 위해 전격적인 의원 빼가기를 한다는 첩보도 있다”며 “우리로서는 충청권을 잃지 않고 의원을 지키려면 한나라당과 각을 세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자민련은 당장의 정국운영과 관련해서는 “여야는 불필요한 정쟁을 중단하고 속히 임시국회를 열어 새해 예산안과 민생법안을 다뤄야 한다”(김학원 총무)며 사실상 민주당의 손을 들어주었다.

그렇다고 자민련이 이번 탄핵파동을 계기로 민주당과 전면적인 관계개선에 나설 것으로 보는 건 무리다. JP측은 “원칙 없이 민주당과 다시 손잡는다면 국민은 우리를 어떻게 보겠느냐”며 “앞으로도 캐스팅 보트를 행사하며 홀로서기를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성욱기자

feel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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