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국내 굴지의 법무법인인 한미와 광장이 합병, 변호사 117명의 거대 로펌으로 변신하자 국내 한 언론은 “외국 로펌들의 국내 법률시장 진출공세에 대한 방파제”라고 규정했다.3만1,000명의 변호사를 가진 영국 런던의 다국적 로펌인 ‘클리포드& 챈스’나 2,330명의 전문변호사를 보유한 미국 시카고의 ‘베이커& 매킨지’가 호시탐탐 우리 법률시장을 노리고 있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195명의 변호사를 가진 국내 최대 로펌 ‘법무법인 김&장’의 한 관계자는 “덩치가 크다고 반드시 좋은 로펌은 아니지만 막강한 자본력과 전세계적 네트워크를 가진 거대 외국로펌의 국내 진출이 엄청난 위협인 것은 사실”이라며 “보유 변호사의 숫자가 로펌 경쟁력으로 통하는 한국 법률시장 현실에서는 더욱 그렇다”고 말했다.
■제조ㆍ서비스업의 상생(相生)시대
세계적인 운동용품 업체인 나이키는 세계 어느 곳에도 공장이 없다. 다만 특유의 스타마케팅과 디자인, 연구ㆍ개발(R&D)만 할 뿐이다. 운동화의 부가가치가 가죽이나 바느질 솜씨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디자인과 기능, 그리고 세계 시장을 상대로 한 차별적인 마케팅전략에서 나온다는 것을 일찌감치 간파한 것이다.
세계적인 오락기기 제조업체인 일본의 닌텐도사는 종업원 1,000명으로 연간 10조원(1인당 매출액 100억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기아자동차 3만명의 직원들이 지난 해 올린 매출과 맞먹는 수준이다.
이 같은 엄청난 생산성은 닌텐도가 생산과 물류 판매 등 업무를 전문업체에 아웃소싱하고 게임소프트웨어 개발과 마케팅에 모든 역량을 집중했기 때문이다. 세계 경제의 정보기술(IT)화와 지식산업화가 급속도로 진행되면서 제조업과 서비스업을 분리하는 발상은 낡은 패러다임이 된 지 오래다. 운송 서비스의 전제 없이 트럭이나 승용차 항공기 생산은 무의미해졌으며, 컴퓨터보다는 소프트웨어에서 더 큰 부가가치가 생산되고, 수출되는 시대이다.
산업연구원(KIET) 김휘석(金輝錫) 박사는 “미국 제너럴 일렉트릭(GE)사나 IBM사 역시 수익의 절반 가량을 서비스 영역에서 얻고 있다”며 “이미 세계 경제는 우리가 깨닫지 못하는 사이에 제조업과 서비스업의 경계를 허물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 사정은 선진국들에 비해 절박하다. 전통 수출산업은 개발도상국의 거센 도전에 시장을 잠식당하고 있고, 첨단 산업 역시 기술력에서 선진국의 벽을 넘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굴지의 국내 기업들마저 값싼 노동력과 방대한 시장을 갖춘 중국으로 빠져나가는 추세다.
이와 관련, 삼성경제연구소 김근동 박사는 “서비스산업은 제조업의 위기, 한국 경제의 위기를 극복하고 안정 성장의 길을 열어 줄 사실상 유일한 대안”이라고 말했다.
■서비스 강국 미국
서비스산업은 제조업 고부가가치화의 필수 인프라인 동시에 독자적인 수출산업으로서도 각광받고 있다. 미국의 경우 클린턴 정부 시절 국가적 지원에 힘입어 서비스 무역수지는 무려 840억달러(97년)의 흑자를 기록, 상품수지 적자의 42%를 만회했다.
세계 컨설팅시장의 절반을 독식하고 있는 미 컨설팅산업 수출규모는 1992년 7억2,800만달러에서 97년 21억4,000만달러로 3배 가까이 급신장했고, 해마다 기하급수적으로 덩치를 키우고 있다.
산업자원부 김종갑(金鍾甲) 산업정책국장은 “과거에는 제조업이 입지하면 서비스가 따라 들어갔으나 현재는 서비스가 발달된 곳에 제조업이 입지한다”고 말했다.
최윤필기자
walde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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