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보건복지위가 국민건강보험 재정파탄을 질책해 놓고 정작 재정을 건전화하기 위한 법안 심사에는 손을 놓고 있다.정부 의료정책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비판을 자초하는 셈이다.7일 복지부에 따르면 올해 건보재정 적자규모는 1조 8,627억원으로 연초보다 7,000억원이 늘 것으로 전망됐다.
예정에 없이 건보공단 퇴직금(3,210억원)을 지출한 것을 빼면 올해 지원 받았어야 할 3,296억원의 담배부담금이 들어오지 않은 탓이다. 여기에는 담배부담금을 지원토록 한 국민건강보험재정 건전화특별법(이하 특별법) 처리를 늦춘 복지위의 책임이 크다.
특별법은 7월 시행이 목표였으나 복지위 법안심사소위에 여태 계류 중이다.
올해 건보재정 적자를 메우기 위한 차입금 이자는 300억원(추산)으로 담배부담금 지연으로 인한 이자만 월 10억원씩 늘고 있다. 담배부담금 지원이 늦어지면서 연말까지 30억원, 내년 3월까지 총 72억원의 불필요한 이자가 지출된다.
이 같은 상황인데도 복지위는 이번 정기국회 기간에 고작 5개 법안을 처리하는 데 그쳤다. 15대 국회인 1999년 정기국회 실적(20개 법안 가결)의 4분의1 수준이다.
현재 복지위에는 법안 57건, 청원 31건 등 88건이 심사 또는 상정을 기다리고 있는데도 법안심사소위는 지난달 29일 파행을 맞은 뒤 7일 오전까지 열리지 않고 있다.
일제징용자 생활지원법에 대한 이견으로 한나라당 의원들이 퇴장한 이후의 일이다.
소위에 계류 중인 법안은 특별법외에도 하나 같이 시급하고 국민 생활에 영향을 미치는 것 들이다. 담배 외에 술, 골프장, 호텔사우나 등에 부담금을 부과하는 국민건강증진법도 건보재정과 밀접히 관련돼 있다.
문제가 되고 있는 보험급여 부당청구에 대한 처벌 강화, 의보수가의 적정성을 가늠할 전제인 병원경영 투명화, 인상된 의료비에 비해 의료서비스가 적절한지를 평가하는 조항 등은 의료법 개정안에서 다뤄야 할 쟁점이다.
또 내년 1월 재정통합을 앞두고 지역-직장 의보재정을 다시 분리하는 국민건강보험법 개정안도 하루 빨리 가닥을 잡지 않으면 정부 정책에 혼선을 초래할 수 밖에 없다.
여야 소위 위원들은 “여론의 눈치를 보고 표를 의식해 내년 지방선거까지 끌려는 것 아니냐” “우리 당이 중시하는 법안을 일부러 무시하고 있다”며 책임을 전가하기에 바쁘다.
한 관계자는 “책임을 분명히 하기 위해 소위도 속기록을 남겨야 한다”고 말 했다.
복지위의 한 의원은 “민생현안이 몰린 복지위의 정기국회가 이렇게 한가한 적이 없었다”면서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복지부측도 “말로는 재정을 건전화하라면서 실제 법안을 처리해 주지 않는 국회 때문에 의료정책이 제 길을 못 찾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김희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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